○황금의 샘/대니얼 예긴 저/라의눈 펴냄/정가 4만9600원

우리는 석유가 만든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석유의 사용처로 대부분 사람은 자동차와 같은 내연기관을 떠올리지만 사실 석유의 사용 범위는 우리 생활 전방위에 걸쳐 있다. 의복을 만드는 원단에서부터 생활 곳곳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도로를 포장하는 아스팔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곳에서 이미 석유가 사용되고 있다. 산업혁명의 시작은 석탄이지만 완성은 석유 덕분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유 시대는 1859년 8월 철도 차장에서 은퇴한 미국인 에드위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 티투스빌의 유정에서 암반 밑으로 21미터를 굴착한 끝에 하루 30배럴의 원유 생산에 성공하며 시작됐다. 드레이크의 성공을 계기로 석유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확산돼 세계 각지에서 굴착이 이루어졌고 이는 투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른 오일러시는 생산과잉과 가격 폭락을 불러왔고 많은 개발회사가 파산했다. 최초의 석유 생산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드레이크 역시 실업자 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시작부터 굴곡진 스토리를 만들어낸 석유는 이후 전 세계 역사를 바꿨을 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나 국가의 판도도 바꿨다. 윈스턴 처칠이란 걸출한 지도자의 지휘 아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구축했던 영국도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부상하며 '세계의 병참고'란 별명을 얻은 미국에 세계 최강국 타이틀을 내줬다.

이후 미국이 국내 석유 소비량이 급증하며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하자 석유 주도권은 중동과 남미로 넘어갔고 역사는 석유를 비싸게 팔려는 자와 싸게 사려는 자의 투쟁의 장이 됐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UN군의 깃발 아래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라크전은 그런 투쟁의 역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저자는 20세기와 21세기, 현대사라는 현장을 관찰하기 위해 '석유'라는 카메라 렌즈를 선택했다. 석유의 강력한 경쟁자인 원자력이 등장한 이 시점에서 다시 석유를 논하는 것이 시대착오처럼 비칠 수 있지만 저자는 여전히 석유가 세계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이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석유의 가치를 유지시켜 줄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의 정보 처리량은 2015년의 100만배로 예상되는 만큼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 즉 집집마다 알파고가 있지만 그 알파고를 돌릴 에너지를 얻을 방법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석유를 대체할 완벽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됐던 원자력은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탈원전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은 더뎌도 너무 더디다. 결국 우리는 석유가 고갈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얻을 때마다 새로운 문명을 만들었고, 그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힘과 역사의 중심을 돌렸다. 이 책은 단순히 '석유'라서가 아니라 석유가 보여준 패턴이 역사에 반복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 책이 과거와 현재의 서술인 동시에 미래를 그려주는 미래서와도 같은 이유다.

장윤원기자 c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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