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비급여 의약품 부담 줄어
치매 치료제 시장 등 성장 전망
재정부담 우려 '약가인하' 압박땐
업체 간 저가·과당경쟁 가능성

제약사 '문재인 케어' 기대와 우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 이후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업계의 득실 계산이 분주하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환자 의료비가 줄면서 의약품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정부가 약값을 깎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고가의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도 비싸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가 비급여 의약품에 대해 환자 본인 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적용하는 '선별급여'를 우선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비용 부담이 줄어 사용이 늘면 제약사 입장에선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이런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는 주로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어 국내 제약사들의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치매 치료제도 이번 대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다. 정부는 중증 치매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10%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5년 금연 정책의 수혜를 받은 금연치료제 시장이 3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한 것처럼 치매 치료제 시장도 급속히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들이 개발하고 있는 개량신약·천연물신약·줄기세포 치료제 등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전반적으로 이번 대책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약가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란 우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약품 사용량이 늘어도 전반적인 약값이 낮아지면 제약업계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재정 수요에 대해 약가인하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약품비의 총액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이 환수하는 '약제비 총액관리제'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등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의료기기 업계는 '신포괄수가제'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할 진료를 묶어 미리 정해진 금액을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신포괄수가제를 2020년 200여개 병원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 경우 의료기관 측의 가격 인하 압박이나 업체 간 저가·과당경쟁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자기공명영상장비(MRI)나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 초음파, 수술로봇 등 고가의 비급여 의료장비는 사용량 증가와 정부의 가격 통제 등 급여화로 인한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급여 전환으로 반드시 사용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고 가격은 분명 깎인다"며 "급여화가 비급여보다 유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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