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합의여부 따라 결과 복잡 … 개정 합의땐 국회 동의 받아야
한·미 당국, 이달내 개정협상 시작
미국도 찬반 엇갈려 방향예측 불가
"한국,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해야"
정부 "경제적 효과 우선 분석" 제안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한미FTA)' 개정을 협의할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자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무역 손실을 줄이고 미국인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면서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미국의 대 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달러 에서 276억달러로 늘었고 미국의 상품 수출은 줄었다"고 개정협상을 요청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요청 이후 한국 사회는 한미FTA 개정협상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한국 경제에서 대미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미 당국은 이달 안으로 개정협상을 시작할 전망입니다. 쟁점별로 한미FTA 개정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분석해보면 협상의 개시 여부, 합의 여부, 개정 내용 등에 따라 6가지 시나리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개정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첫 번째입니다. 미국은 한미FTA가 미국에 불리하기 때문에 한미간 무역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주장이 틀렸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한미FTA 발효 직전인 2011년 86억3000만달러를 수출했으며, 지난해엔 154억9000만달러로 5년만에 80% 정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는 한미FTA 발효 후에도 4년동안 2.5% 관세를 유지하다 지난해 처음 없어졌기 때문에 한미FTA 효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자동차 수출액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FTA 발효 5년 동안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줄었지만 반대로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것은 많이 늘었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FTA로 서로 이익을 본 것이지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봤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한미FTA가 기본조약(framework convention)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FTA 자체를 개정하는 대신 기술적 후속 약정을 체결해 미국 측의 요구를 일부 반영하는 방법입니다. 또 개정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합의에 이르느냐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집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보호주의 성향으로 미뤄볼 때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수지적자 문제를 협상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해관계의 균형 차원에서 그동안 한미 통상관계에서 불합리했던 점을 개선할 수 있게 미국의 비관세장벽 제거, 미국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협상 의제에 넣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해 한미 FTA의 본질적 내용을 개정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나리오는 한미 FTA에 대해 양국의 시각 차이가 드러나는 분야만 손을 보는 방안입니다. 예를 들어, 법률 시장 개방,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투명성, 의약 품의 가격 산정 등에 대해 한국 정부는 FTA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이행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미 FTA를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으로 양측이 바라는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수준에서 한미 FTA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기간 합의가 지연되는 경우와 합의를 하지 못하고 협상을 중단하거나 종료하는 경우입니다. 양국이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는 일은 간단하지만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분야의 무역적자가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해 한미 FTA를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한미 당국이 FTA를 본질적으로 개정하는데 합의한다면 통상조약법 상 통상조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한미FTA를 개정하지 않고 별도의 후속 이행약정을 맺는 방안은 통상조약법상 통상조약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최근 미국 측에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분석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미국이 요청한 대로 한미FTA 개정을 논의하기 전에 과연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한 협정인지를 먼저 평가해보자고 역으로 제안한 것입니다. 연구 결과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개정 협상을 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협상 장소도 미국이 요청한 워싱턴이 아닌 서울에서 열자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또 한미FTA 개정협상을 주도할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장에 참여정부 시절 한미FTA 체결을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했습니다. 한미 FTA 전문가를 임명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쇠고기 업계 등 한미FTA 혜택을 보고 있는 분야에서 한미FTA 개정협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권대경기자 kwon213@dt.co.kr

도움말=국회 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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