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 환노위서 쟁점 논의
9월 정기국회서 입법처리 목표
기업 연 12조3000억 추가부담
300인미만사업장 연8조6000억
"노동생산성 낮은 영세 중기에
근로시간 단축 문 닫으라는 것"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이번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 세 가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노동정책 3대 과제로,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정부와 여당은 31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재개한 후 9월 정기국회에서 이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31일 환노위 소위에서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8시간 특별연장근로 4년간 허용 여부, 휴일 근로 할증률, 탄력 근로제 확대 등의 쟁점을 논의한다.

주 7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여야 간에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중 자유한국당만 법 개정으로 인한 재계의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 시행에 들어가자는 입장이다.

또 휴일근로 할증률, 탄력근로제 확대 등 일부 각론에 대해서는 야당이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와 단계적 실시로 의견 조율을 거친 만큼 국회 입법과정에서 '넘지 못할 산'은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입법 처리가 안된다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폐기해서라도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 역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마찬가지로 대기업보다는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비용 분석'에 따르면 근무시간이 '주 68시간→52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인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약 44만명의 인원이 부족하게 된다.

또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지출 규모가 연간 총 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장 근로시간이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되고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 변화분인 1754억원, 인력 부족에 따른 인력 보충 비용 12조1000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단축으로 인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8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70%에 해당한다. 즉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면 대기업보다 중소 영세사업장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도 노동생산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 대기업이나 적용 가능한 것"이라며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근로시간만 단축하라고 하면 노동생산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생산을 감소시키고, 임금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폐업하라는 말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경영자총연합회를 탈퇴한 조규옥 전방 회장이 "지난 16년간 직원을 한 명도 자르지 않았는데 근로시간 단축 때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대로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며 법안은 최소한의 범위만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 연구실장은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 국가 중 28위로 상당히 낮은 반면, 초과근로할증률은 주요선진국의 2배 수준으로 기업·근로자 모두 장시간 근로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저임금과 기피직종의 이유로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감소는 인력수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리한 법 시행이 산업 전반에 나타날 파급효과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며, 법안은 최소한의 범위만 정의하고 구체적인 부분은 노·사 자율에 맡겨 해결토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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