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시급)이 7530원으로 확정, 올해(6470원)보다 무려 16.4% 인상됐다. 잔치는 풍성해야 하고 많이 베풀고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누가 잔치 값을 치르며 그런 잔치를 계속할 수 있느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면 생산증대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소득주도 성장론의 논리이자 희망사항이다. 과연 그럴까.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의 인건비 상승으로 고용 회피와 축소, 기계로의 대체, 물건값 올리기 등 일련의 상황은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상위 근로자의 임금도 오르게 돼 있는 구조는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사람 줄이고 근무시간 단축하고 무인 자동화기기를 들이는 곳이 늘어난다. 진짜 보호돼야 할 저임금 근로자들은 소득이 줄고 일자리에서 밀려난다. 선의로 포장된 정책이 어려운 사람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3조원 정도의 재정을 풀어 30인 미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원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것은 그렇다 치고, 경제현실과 기업사정을 무시한 채 최저임금을 인상해놓고 세금으로 개인기업의 임금을 보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건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포함되고 각종 수당과 상여금 성과급 숙식비 등은 제외된다. 기업마다 임금체계가 다르지만 연봉 4000만~5000만원도 상여금·성과급과 각종 수당 등을 빼면 최저임금 대상이 될 판이다.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이나 수당을 줄이고 기본급을 올려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하려는 사업자도 있을 것이다. 우선 불합리한 최저임금 기준과 산정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 국가 중 상위에 속하고 내년엔 3위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높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6년 6월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시간 당)은 1만2076원으로 이미 1만원을 넘어섰다. 저소득자를 실질적으로 돕겠다면 최저임금에 기댈 것이 아니라 예컨대 근로장려세제(EITC)의 확대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헌법에 명시돼있듯이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고용증진과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어떤 수준의 임금이 적정한가를 따지기는 쉽지 않지만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2020년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임금총액(시간 당) 평균의 50% 수준이 1만원이라는 것이다. 근로자가 받는 실질임금을 모두 포함하는 임금총액과 기본급·고정수당만 포함하는 최저임금은 서로 기준이 다른데 이를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억지다.
임금에 관한 한 노사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 노사 대표들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게 돼 있고 결국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쥔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공익위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됐다. 최저임금위원의 구성과 임금결정방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적 경쟁에서 앞서 나가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업과 고액 연봉을 받는 근로자가 있다. 그런가 하면 겨우 버티는 기업에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도 있다. 그게 현실세계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정책이고 또한 우리의 삶이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와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는 기업사정을 외면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기업도 저임에만 의존하는 경영에서 탈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성급하게 서둘면 일을 그르친다. 어느 한 문제만 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중요한 건 경제성장이다. 성장잠재력이 추락하면 일자리 창출도 복지증대도 불가능하다. 성장이 멈춰진 곳에 어떤 잔치가 흥겹고 풍성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