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3만 명 이상의 후원자들이 열광했던 아이디어 제품이 있다. 일명 'grab-and-go' 부스터 카시트라고 불리는 휴대용 카시트 '마이폴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아이의 앉은키를 성인 사이즈로 높여주는 기존 주니어용 부스터 카시트와 달리, 아이를 들어 올리지 않고, 안전벨트를 내려서 아이 몸에 맞도록 고정시켜준다.
기존 부스터 카시트는 아이가 방석 위에 앉아 차량용 안전벨트를 하는 것과 같다. 마른 아이의 경우 어깨를 제대로 감싸주지 못해 안전벨트 안에서 몸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마이폴드는 아이의 체형에 딱 맞게 안전벨트를 고정시켜 어른용 시트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제품 작동 원리뿐 아니라 750g 초경량, 기존 부스터 카시트의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초소형 제품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호평을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접어서 가방에 쏙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카시트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혁신성 덕분에 인디고고에서 목표 금액의 1655%에 해당하는 263만 달러(약 30억 원)의 자금을 모아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으로부터 '최근 몇 십 년 동안 개발된 카시트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최근 열린 한 유아박람회에서 이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처음 선보이는 체험행사를 가졌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몇 살부터 쓸 수 있나요"하는 것이었다. 국내 카시트 관련 규정 역시 나이 기준이다 보니 소비자들 역시 일단 나이 기준으로 질문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니어용 제품은 사용연령에 의존하기 보다는 아이의 체형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나이가 같아도 발육상태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놀이동산에서 키를 재고 탑승을 시켜주듯, 카시트를 고를 때도 자녀의 키와 몸무게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해외 선진국들의 카시트 관련 규정은 우리보다 구체화, 세분화돼 있다. 미국은 몸무게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약 9kg 이하는 영아용 시트, 약 18kg까지는 유아용 시트, 36kg 이하 아동에 대해서는 주니어용 부스터 카시트에 앉혀야 한다. 키 145cm 미만의 어린이는 나이 관계없이 무조건 유아용 카시트나 부스터 카시트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6세 미만의 영유아를 카시트에 태우지 않으면 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친다. 카시트는 차량에서 아이들의 생명줄과 같다. 보다 세분화된 처벌규정을 마련함과 동시에, 제품을 구매할 때도 내 아이의 체형에 맞춰 합리적이고 똑똑한 선택기준을 따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