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프랜차이즈 한계 드러내나 자택서 숨진채 발견된 강훈 대표 영업적자·가맹점 수 감소 시달려 "미투 브랜드 남발 패착 원인" 지적
커피·음료전문점 '할리스 커피' '카페베네' '망고식스'를 이끌며 일명 '커피왕'으로 불린 강훈 KH컴퍼니 대표(사진)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1세대 경영인으로 새롭게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간 그였지만 최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비극을 맞았다.
2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 대표는 전날 오후 5시 45분께 서울 반포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대표로 재직 중인 KH컴퍼니는 '망고식스'의 운영사로, 자매 브랜드 '쥬스식스' 운영사인 자회사 KJ마케팅과 함께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개시절차를 신청했다.
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25일 오전 10시 30분 법원에서 대표자 심문을 앞두고 있었다. 법원은 강 대표가 숨짐에 따라 심문 기일을 연기하고, 후임 대표자를 검토해 차후 대표자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KH컴퍼니는 최근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임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미지급금은 약 30억∼4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지난 23일 지인에게 최근 회생개시절차를 신청한 일을 언급하며 처지를 비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2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 후 1997년 스타벅스 한국 론칭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참여하며 프랜차이즈 커피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스타벅스 국내 론칭이 미뤄지자 퇴사하고, 1998년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함께 할리스 커피를 공동 창업했다. 강 대표는 2003년 할리스커피를 CJ플래너스에 매각하고 차기 사업을 구상하던 중 2008년 카페베네에 합류했다. 사장을 맡은 그는 카페베네가 2010년 300호점까지 열며 초고속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이후 2010년 KH컴퍼니를 설립, 이듬해 디저트 카페인 '망고식스'를 론칭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커피가 아닌 다른 메뉴에서 차별화돼야 한다고 본 것. 당시 "망고식스 매장을 국내 300개, 해외 3000개를 낸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그러나 망고식스 운영이 쉽지 않았다. KH컴퍼니 매출은 2015년 194억2176만원으로 전년(281억6890만원)보다 31.1% 줄었다. 지난해는 105억8693만원으로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45.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5년부터 적자(10억2186만원) 전환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1억4420만원으로 전년보다 12% 더 늘어 수익성이 더 나빠졌다. 판매촉진비는 2015년 2억5043만원, 지난해 4억5466만원으로 연평균 112.3% 급증했다.
가맹점 수도 대폭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망고식스 가맹점 수는 150개로, 신규 개점한 점포 수(45개)가 계약 해지한 점포 수(13개)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가맹점 수는 139개로 줄었으며, 계약 해지한 점포 수(42개)가 새로 문을 연 점포 수(31개)보다 더 많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는 100여 개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맹점 평균 매출액(2억1302만원)도 전년(3억2095만원)보다 33.6% 줄었다.
망고식스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가격대가 낮으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비슷한 브랜드를 추가 론칭하며 가맹점 수를 늘리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국내에서는 주스브랜드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망고식스에 집중하기보다 쥬스식스, 커피식스 등 '미투(me too)' 브랜드를 만든 게 일종의 패착"이라며 "쥬스식스는 '쥬시'를, 커피식스는 '빽다방'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는 등 브랜드 정체성이 불명확했던 것도 한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는 주스 수요가 크지 않고 주스 브랜드가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며 "저가 주스 브랜드의 인기도 반짝하는 데 그쳤고 망고식스는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의 심리적 문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