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주 가뭄' 여파 현실로
올 수주못하면 내후년까지 타격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수주절벽에 이은 일감절벽으로 도크(선박 건조대) 가동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25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거제조선소 플로팅 도크(부유식 도크) 1호기인 'G1'이 오는 31일 선박 진수를 끝으로 가동을 중단한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드라이도크(육상도크) 중 가장 오래된 1개를 가동 정지했다. 삼성중공업은 드라이도크 3개와 플로팅도크 4개, 해양플랜트전용도크 1개 등 총 8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도크 2개를 가동 정지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 목표액의 78%를 채우고도 도크의 가동을 중단키로 한 것은 지난해 수주가뭄의 여파로 확보해둔 일감이 적은 탓이다. 통상 조선소들은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1년 뒤부터 건조에 들어간다. 전년도 수주성적이 곧 이듬해의 실적을 좌우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수주액은 5억달러로, 애초 목표의 10분의 1밖에 채우지 못했다. 6월 말 현재 선박 건조 잔여물량은 78척으로, 올 연말까지 27척을 인도하면 51척(신규 수주물량 제외할 경우)이 남는다. 현 상황에서 선박을 추가로 수주하지 않으면 일감 공백 사태는 내후년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가동을 중단하는 2개의 도크는 시장 상황을 보며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일감 부족에서 조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11개 도크 가운데 울산과 군산에서 총 3개를 가동 중단했고, 1~2개를 더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중공업이 일감 부족으로 도크 가동을 멈춘 것은 1972년 창사 이래 44년 만에 처음이다. 대우조선도 총 7개의 도크 중 지난해 2개의 플로팅도크를 매각하고, 현재 5개를 운영 중이다. 향후 일감부족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플로팅도크 1~2개를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당장 닥칠 일감 절벽도 문제지만, 유휴인력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가동중단 도크의 인력을 다른 작업장으로 재배치하고, 무급휴직을 도입하는 안을 노동자협의회와 논의 중이다. 현대중공업도 임금 삭감과 순환휴직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조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며 숨통이 트이고 있으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난해 수주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며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고통분담도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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