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달 넘었지만 구매 어려움 유럽식 UHD TV 구매자들 하소연 제조사간 컨버터 호환도 안돼 "본방송 시청가구 극히 드물것"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방송 시작 이전에 기존 유럽식 UHD TV를 산 소비자들은 제대로 UHD 방송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시작한 UHD 본방송은 미국식 표준(ATSC 3.0)을 따르는데, 유럽식 표준 기술을 미국식으로 변환해주는 컨버터(셋톱박스)를 시중에서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컨버터를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는 데다, 컨버터가 TV 제조사 별로 달라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지난 5월과 6월 유럽식 UHD TV용 컨버터를 출시했다. 그러나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판매처를 찾기 쉽지 않아 소비자가 구매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본지가 직접 판매처를 확인해 본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회사 모두 서비스센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컨버터를 판매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가 많이 찾는 대형 가전 양판점, 두 회사의 대리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등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강남 본점을 제외한 대부분 매장에서 지상파 UHD 컨버터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서비스센터에 사전 접수하고, 2~3일 후 택배로 받아야 한다. LG전자도 서비스센터 홈페이지에서 컨버터를 판매하고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 수집·동의와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야 구매가 가능했다.
컨버터 판매처가 흔치 않은 이유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컨버터로 UHD TV 방송을 시청하려는 소비자가 문의가 많지 않다"며 "단순히 컨버터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UHD TV 구매와 방문 설치까지 패키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구매처 문제 외에도 해외 제조사 UHD TV나 국산 중소 제조사의 UHD TV는 컨버터를 구매해도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UHD 방송용 컨버터는 모두 타사 제품과 호환되지 않는다. 현재 국립전파연구원에서 UHD 컨버터로 전파업무 적합성 평가인증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뿐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제품에 최적화한 신호를 받아 화질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타사 제품과 호환이 되려면 수많은 제품과 호환성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최근 해외 제조사를 비롯해 중소 업체 제품이 워낙 다양해 사실상 연동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식 UHD TV는 국내에서 100만대 넘게 판매됐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실제 컨버터를 구입해 UHD 본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방송 업계는 UHD 방송 시청 편의를 위해 제조사가 컨버터 판매처를 늘리는 것 외에도 UHD TV에 안테나를 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UHD TV와 안테나는 별개로 판매된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안테나 칩 내장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