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서 공들인 작품" 인식에
새정부 정책 불확실성도 '한몫'
3월대비 5월 기술평가 27% ↓
"은행들 정부 눈치보나" 지적도
장기화땐 중기 재원확보 적신호

담보나 신용도가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벤처에 기술력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기술신용대출이 새 정부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신용대출이 이전 정부의 작품이라는 부정적인 평가에, 새 정부의 중기벤처 정책구상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도 중기벤처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새 정부 출범 초기의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 중소 벤처기업의 기술신용대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연계해 중기벤처의 기술신용평가(TCB)를 담당하는 5개 기관의 기술신용평가 실적이 2분기 들어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5개 기술평가 기관중 규모가 작은 나이스디앤비를 제외하고,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이크레더블 등 4곳의 신규 기술평가 실적은 지난 3월 7198건의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 하기 시작한 4월에 6424건으로 감소했고, 새 정부가 들어선 5월에는 5242건으로 급감했다. 5월 신규 기술평가 규모는 올해 가장 많은 기술평가가 이뤄진 지난 3월과 비교해 27.17%나 감소했다.

평가기관별로 보면, 규모가 가장 큰 나이스평가정보(39.42%)의 경우, 지난 3월 2532건에서 4월에는 2338건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고, 5월에는 1842건으로 3월보다 27.25% 급감했다. 한국기업데이터도 1월 739건에서 3월 2781건으로 급격히 늘다 4월 2254건, 5월 1792건으로 감소했다. 기술보증기금과 이크레더블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기술신용대출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중소벤처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 하반기 도입한 정책금융 제도로 지난 3월말 기준 누적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담보나 신용 등이 취약한 중기벤처 들도 기술력이나 사업성 등을 평가받아, 사업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시중은행들이 기술신용평가 기관에 대상업체의 기술력, 시장성 등을 평가 의뢰해, 그 결과를 토대로 신용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시중은행들로서는 그동안 정부가 기술금융 지원 실적을 평가항목에 반영함에 따라, 경쟁적으로 기술금융을 늘리는 한편, 해당 조직 및 인력을 꾸준히 확충해왔다.

금융권에서는 정권 교체기,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술신용대출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금융권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기술신용대출 제도를 비롯해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주요 금융정책이 용도 폐기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대기업 대출보다 연체율 등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정부가 교체됨에 따라 과거처럼 경쟁적으로 기술금융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술금융 정책은 전 정권에서 큰 공을 들인 데다,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좀 심했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은행들이 정책 기조가 확정될 때까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중기벤처 지원 정책을 일관되게 천명해온 만큼, 기술신용대출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금융권의 기술신용대출 감소로 중기벤처들이 투자재원 확보 문제는 우려하고 있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포함된 부분이기 때문에 '흔적 지우기' 식으로 기술금융이 축소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새 정부 들어서면서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전의 중기 지원정책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은국기자 ceg420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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