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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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에너지 백년대계…. 누구 작품인가?" 한국경제는 지난 6월23일자 톱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가 백년 미래를 내다 보고 짜야 할 에너지 정책이 누구 손에서 만들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국가 중요 정책이 출렁거린다.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 '탈(脫)원전' 에너지정책을 선언했다. 이날 대통령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면서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준비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 원전의 설계 수명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월성1호기도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다음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중요한 시나리오는 정작 빠져 있다. LNG와 신생대체 에너지 발전율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원전과 석탄이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에너지 생산량의 비중이 70%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린다.

이뿐이 아니다. 다음날 한경의 머릿기사는 "지역인재 30% 뽑아라? 공기업 멘붕"이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신규채용 인력의 30%이상을 지역인재로 뽑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지역인재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공공기관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방향이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6월22일 오전 수보(首補)회의에서 대통령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앞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하라고 지시하고 장차 법제화할 것을 시사했다. "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에서 채용할 때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실시했으면 한다고 했다. 채용분야가 특별히 일정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거나, 일정 이상의 스펙을 요구하거나 또는 일정 이상의 신체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이외에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들을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에 간 대통령은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고 약속해서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알바들의 시급은 대선 공약대로 새해에는 1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임금 격차를 줄이고 국민 누구나 저녁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노동의 유연성이 사라지면 고용절벽은 더 높아진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또 미처 임명도 안된 후보자 입에서 나온 자사고와 특목고 페지론은 학부모 가슴을 놀라게 만든다.

통신기본료를 폐지를 둘러싼 갈등은 새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 전월세 가격에도 개입을 예고하고 있어서 신관치(新官治)시대의 도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중앙일보, 2017. 6. 23).

지난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스스로 스트롱맨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3월31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통해 "유약한 좌파 정부가 탄생한다면 대한민국이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면서 "강단과 결기를 갖춘 스트롱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각국 강경파 지도자들이 이끄는 스트롱맨 시대에 우리도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스트롱맨(strongman)은 스포츠나 서커스에서는 '힘센 장사'를 의미하지만, 정치 용어로는 '독재자'다.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 겁박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지도자(a leader who uses threats or violence to rule a country)가 스트롱맨이다. 전체주의나 권위주의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이 스트롱맨인데 설마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가 독재자가 되겠다는 뜻으로 이 말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보인다.

아직껏 문재인정부는 내각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중요 정책을 각의(閣議)에서 한 번의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고서,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것을 보면 새 대통령 역시 스트롱맨인 모양이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더라도 민주적 절차가 먼저 이뤄져야 할터인데 대통령 말씀은 모든 법 위에 놓여 있다."사전 결론 없고 받아쓰기 없고 계급장 없다"고, 이른바 3무(無)를 자랑하는 정부지만, 겉과 속은 너무 판이하다. 한 가지만 물어 보자. 탈원전의 에너지 정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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