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이달 23일 44.17달러 1월 53.71달러서 반년새 18%↓ WTI·브렌트유도 17%씩 하락 SK이노 등 국내 정유 4개사 재고평가손실·정제마진 약세로 2분기 영업익 30%감소 '먹구름'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국제유가가 또다시 곤두박질칠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 1분기까지 '저유가의 역설'로 호황을 누렸던 국내 정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급락으로 2014년 2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저유가로 석유제품 소비가 살아나면서 지난 1분기까지 실적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하향 안정세의 흐름이 깨지면서 4년 전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입 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배럴당 44.17달러에 현물 거래를 마감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1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53.71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 22일 43.5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반년 만에 18% 하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역시 연초보다 각각 17% 떨어지는 등 사정이 비슷하다.
그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여왔던 국제 유가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이 지난 5월 말 원유 감산을 9개월간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과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OPEC 회원국 중 감산 면제 조치를 받은 국가들의 증산으로 수급불균형이 좀처럼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에는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유가 하락론에 힘이 실리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저유가를 등에 업고 지난해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당장 올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20~3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증가한 데다가 수익성의 핵심인 정제마진마저 약세를 보였던 탓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로, 2015~2016년 저유가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정제마진은 지난 1분기 배럴당 6.6달러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5~6달러대를 오가며 불안정한 흐름이다.
문제는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저유가로 석유제품 소비가 증가했다면, 앞으로는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정제마진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2014년의 악몽이 재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각 정유사가 원유 도입 과정에서 어떻게 운용의 묘를 살리느냐에 따라 실적이 갈릴 것으로 본다.
정유사들은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장·단기 계약을 맺고 원유를 들여온다. 지금처럼 유가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장기계약의 비중이 낮고, 도입처가 다양할수록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원유 장기계약은 SK이노베이션이 50% 이하로 비중이 가장 낮고, 나머지 업체들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도입처의 경우 에쓰오일만 유일하게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서 전량 수입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2분기에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악화할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사의 원유도입 전략도 실적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