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타이어에 공기 대신 질소를 채우면 좋다는 소문이 있는 모양이다. 질소는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낮은 불활성이기 때문에 온도에 따라 압력의 변화가 적고, 타이어의 공기압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성·내구성·연비가 향상되고, 소음도 줄어든다고 한다. 물론 귀가 얇은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린 어설픈 상술이다.
승용차의 타이어에는 보통 2.4기압(약 35psi)의 공기를 주입한다. 버스나 트럭의 대형 타이어에는 훨씬 높은 8기압(120psi)의 공기를 채운다. 타이어에 들어있는 압축 공기는 상당한 정도의 탄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나갈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서 승차감을 향상시켜준다.
타이어의 공기 압력은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타이어의 압력이 너무 높으면 돌처럼 단단해져서 승차감이 나빠지고, 비정상적인 마모가 발생한다. 압력이 낮아도 문제가 된다. 타이어가 변형되어 파손 가능성이 커지고, 도로와의 접촉면이 늘어나 마찰이 커진다. 결국 자동차의 연비가 낮아져서 경제적·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게 된다.
질소는 공기 중의 78%를 차지하는 흔한 물질이다. 2개의 질소 원자가 삼중결합으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다. 그런 질소로 타이어를 채운다고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공기를 냉각·압축해서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질소 충전에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비싼 비용을 요구할 정도의 명품 압축 질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질소를 채우면 온도에 따른 압력 변화가 줄어든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일상적인 조건에서 기체의 온도·압력·부피 사이의 관계는 기체의 종류와는 무관하다. 화학 교과서에 소개되는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같은 압력으로 채워놓은 경우에는 온도에 따라 공기와 질소의 부피가 변화하는 정도는 똑같다.
질소를 채우면 타이어의 압력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주장도 믿을 것은 아니다. 질소가 타이어의 재료인 합성고무를 통해 누출되는 속도가 산소보다 조금 느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무를 통해 누출되는 공기의 양은 많지 않다. 더욱이 대부분의 타이어에는 내부의 천연고무 코팅 덕분에 고무를 통한 공기의 누출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 현실적으로는 타이어의 주입구나 림과의 밀폐 상태가 훨씬 더 중요하다. 작은 틈새를 통해 빠져나가는 속도는 기체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타이어에 주입하는 공기에 들어있는 수분도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 공기 중의 질소나 산소와 달리 수분은 액체로 응축되어 타이어의 압력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분 응축으로 자동차 타이어 압력이 심각하게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 수분 때문에 타이어의 림이나 공기압 경고 장치의 부식된다는 주장도 지나친 것이다. 자동차 타이어가 정밀 기계장치도 아니고, 수명이 무한히 긴 것도 아니다. 질소를 채우면 브레이크의 성능이 개선된다는 주장도 황당한 것이다.
타이어에 질소를 채우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대형 민간 항공기의 타이어에는 수분을 제거하고, 산소 함량이 5% 이하인 질소 기체를 주입하도록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마찰식 브레이크가 장착된 타이어에의 경우에 그렇다. 군용 전투기의 타이어에도 질소를 주입한다.
비행기 타이어의 질소 주입은 최악의 상황에서의 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조처다. 비행기가 이륙을 포기하거나, 비상착륙을 할 때는 시속 400킬로미터를 넘을 수도 있고, 타이어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엄청난 양의 마찰열이 발생하게 되고, 마찰식 브레이크가 장착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칫하면 고무에서 증발한 가연성 기체가 내부의 산소와 반응해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온도와 압력이 극단적으로 변화하면 극미량의 수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압에서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밸브도 장착되어 있다. 물론 그런 사고가 잦은 것은 아니고, 자동차의 경우에는 걱정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