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만도 지난 2009년에는 태백시 등 강원지역에서 가뭄으로 인한 제한급수가 시행됐고, 2015년에는 보령댐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던 8개 시·군에 제한급수가 시행됐다. 수도권도 팔당댐의 방류량을 줄이면서 제한급수 직전까지 도달했으나 다행히 적시에 비가 와서 시민들은 불편을 겪지 않고 지나갔다. 올해도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가뭄에 대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내린 강수량은 전국 평균 162㎜로서 평년의 약 54%에 불과해 지난 1973년 이래 2번째로 강수량이 적다. 가뭄 주의 단계가 발령된 지역이 있고, 경기, 충남, 전남의 농가에서는 관개시설이 미흡한 지역에서부터 농작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앞으로 10여 일 동안에 충분한 비가 내려주지 않으면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가뭄은 우리가 겪지 못했던 이변이 아니므로 이미 가뭄에 대한 각종 대책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가뭄이 되면 저수지 준설, 관정개발, 양수기 확보, 댐 건설 등 각종 가뭄대책이 쏟아지지만 새로이 나오는 대책이라기 보다는 지난 가뭄에도 나왔던 대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는 것이다. 이제 갈수록 가뭄은 빈도가 높아지고 정도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금까지 늘 준비해왔던 방안보다 좀 더 종합적으로 물관리를 보완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처음 나온 논의는 아니지만 4가지 정도의 물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가뭄대책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비교적 물이 풍부한 지역으로부터 상습 가뭄지역으로 도수로의 건설이다. 지난 2015년 가뭄으로 보령댐 8개 지역이 제한급수를 시행하게 되자 금강에서 물을 보령댐 상류와 예당저수지로 양수하는 2개의 도수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4대강에 있는 물을 가뭄지역으로 이송하는 시도였는데 보령댐 상류로 이송하는 도수로의 건설은 효과를 본 것 같다. 2015년에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13% 일 때 제한급수를 했으나 올해는 저수율이 10%로 내려갔지만 아직 제한급수를 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노후관을 개선해 누수를 막는 것이다. 도수로의 건설이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수로로 양수한 물이 노후관을 통해 가뭄지역이 공급될 때 심하면 50% 내외의 누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따로 없다. 우리나라의 노후관으로부터 누수되는 물의 양은 통계상 한 해에 약 6억5000만m3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 양은 우리나라가 지난 1962년부터 1992년까지 30년간 건설한 16개의 생공용수 전용댐으로부터 한 해에 공급되는 물의 양과 같다. 16개의 중소규모 댐을 건설한 비용을 생각해 보라. 그 막대한 비용 지출의 성과가 누수로 새어나간다고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현재 파악되는 누수량도 통계상의 수치이므로 실제로 측정을 시작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누수로 없어지는 물을 절감할 수 있다면 보전된 물을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활용해 가뭄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가뭄대책들이 가뭄시기의 일시적인 효과를 바라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비하면 노후관의 정비는 훨씬 효과적이다. 노후관 정비로 인한 수자원의 보전은 늘 지속적으로 달성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대책으로는 하수의 재활용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하수 재활용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져서 약 10%에 달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인식의 문제와 비용의 문제로 인해 더 이상 높아지기가 어려운 상태다. 상수도 요금이 저렴하니 재활용수를 사용하기 보다는 상수도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경우도 있고, 더하여 하수를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시민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가뭄과 같이 수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빈번히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둔다면 물의 사용목적별로 적절하게 처리된 재활용수의 사용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자발적인 재활용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재활용수 비용이 상수도 비용보다 저렴할 수 있도록 재활용 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대하여 정부가 일정부분 보조를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대책으로 지하댐을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 가뭄 때 관정개발을 하여도 지하수마저 말라버려서 양수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지하로 물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지점에 소규모의 저수지나 댐을 지어 평시에 비가 와서 저수지에 물이 고이면 지하로 스며들게해 지하수위를 높여두는 것이다. 지하수가 풍부해 지면 가뭄 때 관정개발로 물을 얻기가 용이해진다. 다만 이 대책은 댐 건설 전에 장시간의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므로 장기대책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위에 가뭄에 대비하는 종합적인 물관리 강화방안으로 4가지를 들었지만 이들도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고 이미 한번쯤은 가뭄대책으로 검토가 됐던 내용들이다. 다만 가뭄이 심할 때면 검토되다가도 비가 와서 가뭄이 해소되면 곧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가서 지속적으로 추진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예로부터 치수와 이수는 국가경영의 기본이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중요한 물관리 사업들을 비 왔다고 함께 씻어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