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펌/스벤 브링크만 저/다산초당/9800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미덕이다. 또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희망차게 사는 것이 옳은 태도다. 사회 여기저기서 인생 코치들이 자기계발 팁을 전수하기 바쁘고, 현실이 힘들 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고 그 사람처럼 살아보라고 권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삶의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고 살면 좋은 일만 생기는가? 모두가 상위 1%의 부를 누릴 수 있는가? 그런 세계는 적어도 이 세상에 없다. 슬픔과 기쁨,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스펙트럼 전체가 바로 인간의 삶이다.

저자는 이런 자기계발 과잉 문화가 인류 수천 년의 역사 중 최근 50년이 채 안 되는 고성장 사회에서만 발현되었으며, 저성장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 시한부 문화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회가 이를 대체할 가치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리저리 휩쓸리는 개인에게 고대 스토아 철학에 바탕을 둔 삶의 기술을 전수하고자 했다.

『스탠드펌』은 인구 560만인 덴마크에서만 8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대중에게 시대정신에 대한 문제의식을 쉽게 풀어준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로젱크예르 상을 수상했다. 유명 자기계발서를 패러디해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앞만 보고 쫓아가기 바쁜 현대인들을 멈춰 세운 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7단계에 걸쳐 소개한다. 각 장의 말미에는 스토아주의 철학자들이 주로 활용했던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지침을 소개해 독자들이 바로 자신의 삶에 적용해볼 수 있게 했으며, 더 궁금한 이들을 위해 부록으로 스토아 철학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또 눈여겨보는 것으로 스토아 철학에서 강조하는 '미덕'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덕'을 갖춘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의 목적 또한 모두가 훌륭해지는 것이며, 개인이 훌륭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사회야말로 정의로운 사회라고 보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저자는 우선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만들고자 했다.

저자는 뿌리내리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7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1단계는 자기계발에 안달 난 자신을 멈춰 세우는 것이다. 2단계는 무한 긍정주의에서 벗어나 투덜대보는 것이다. 마냥 불평하기만 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럴 때는 그냥 살아내라고 말한다. 3단계는 못하는 일을 못한다고 말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의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4단계는 감정 표출을 자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 5단계는 내면의 능력을 끌어내기에 급급한 코치와 이별하는 것이다. 6단계에 들어서는 독자들에게 소설을 읽으라고 말한다. 자신이 흉내 낼 수 없는 인물의 성공스토리보다 소설이 훨씬 인간의 삶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7단계에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가 굳건히 지켜내는 어떤 것이 형성된다면 이제 뿌리내리는 삶을 살 준비가 된 것이다.

인간은 무한동력기관이 아니다. 삶을 바꿔 나가는 힘은 내면이 아닌 바깥에서 온다. 또 삶은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만 살아지지도 않는다. 저자가 권하는 삶은 어렵지 않다. 한 번쯤 멈춰 서서 시대의 정신을 의심하고, 코치의 도움을 받아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내면에서 뭔가를 더 캐내려고 애쓰는 것을 그만두고, 삶의 표면에서, 또 외부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현실에 굳건히 발 디디고 서 있는 삶이다.

제공: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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