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만화가게에서 봤던 로봇과의 전쟁에서 힘겹게 이겨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영웅들이었다. 인공지능 로봇들이 이제는 자산관리의 영역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전개하려 하고 있다. 투자의 결과에서 절대적이라는 단어는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의 실제는 수익의 극대화라기보다는 위험의 분산을 통한 위험의 축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신문기사가 눈에 띄었다. '로봇 vs 인간펀드 수익률'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당연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에서 2.69% vs 8.19%(8개월 기준), 주식혼합형 펀드에서 4.31% vs 5.58%(10개월 기준), 채권혼합형 펀드에서 0.01% vs 4.86%(1년 기준)로 로봇의 완패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굳이 이 결과에 대한 원인을 따져보자면 로봇은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인간은 '위험인수(Risk Taking)'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에서 간과한 것은 '학습능력'에 필요한 시간적·공간적 경험 축적의 부재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피력하고 싶다. 마치 만화영화에서 로봇의 공격프로세스에서 봤던 학습능력이 가져올 거대한 변혁은 이미 인간이 만들어낸 물결이지만 이미 인간의 손을 떠나버렸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미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로봇의 역할과 창출하는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 돼 버렸다. '로봇에게 영역을 빼앗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은 이미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의 다음 세대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될 것이기에 얼마나 창의적인 사고능력과 생존력을 갖춰야 하는지 요구되는 수준은 기성세대의 생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무한한 창의성은 로봇의 영역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범주다. 높은 감성지수와 환경적응력은 만화주인공이 영웅으로 승리하는 열쇠가 됐던 것처럼 인간이 가진 존엄의 가치를 한 층 높여줄 것이다.
다시 로봇펀드와 인간펀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지난 20여 년간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로 일해 오면서 얻은 지혜는 '인간은 욕심쟁이'라는 사실이다. 그칠 줄 모르는 욕심의 끝은 굳이 성경을 빌리지 않더라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반면에 로봇은 충실함을 보여준다. 정해진 틀 안에서 정답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학습을 통해 자신의 결과물을 내어 놓는다
로봇펀드는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불리는 '로봇'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인간이 로봇과 마주앉아서 투자에 대한 상담을 하고 몇 마디의 대화로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해진 절차에 따른 질문과 해결점을 맞춰주는)을 통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이긴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라는 전제를 먼저 하고 싶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의 영역은 위험관리의 체계화를 통한 투자자산수익의 안정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인간이 가진 절대수익에 대한 욕심에 대한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해 주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소액의 투자를 통한 대중적인 투자시장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충분한 기대가 된다. 오랜 시간 프라이빗 뱅커로 투자시장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더욱 궁금해진 분야이기도 했지만, 과연 시시각각 변화하고 잠시만의 관심의 빈틈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자산시장에서 로봇의 대응능력과 학습능력이 가져오는 리밸런싱능력이 얼마나 주효할지는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특정자산의 운용능력은 방대한 분량의 통계와 인간의 감정선에서 오는 분간하기 힘든 결정의 순간에 로봇은 정해진 결과를 도출해 낼 단호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투자자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분석할 수 없는 정보, 자산관리의 우선순위인 투자자의 중요한 정보와 목적의 변화까지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변화는 전혀 기계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로보어드바이저와 감정적이면서 환경적응력이 필요한 인간이 가진 능력이 공존하는 자산관리 시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