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마취 보조제로 유명한 산화이질소
항불안제로 사용… 장시간 노출 삼가야



웃음이 터져 나오고 기분이 좋아지도록 해준다는 해피 풍선이 화제다. '웃음가스'로 알려진 산화이질소(일명 아산화질소)라는 기체가 상업적으로 잘못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용 마취제로 쓰이는 화학물질을 함부로 사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자칫하면 젊은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피 풍선은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것이 아니다. 원조는 영국이다. 1799년부터 귀족들이 '웃음가스 파티'를 즐겼다는 영국에서는 지금도 50만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해피 풍선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다. 불상사도 발생한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산화이질소 과다 흡입으로 영국에서만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12년에는 미국의 영화배우 데미 무어가 이산화질소 과다 흡입으로 심한 경련과 의식불명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의료용이나 식품첨가물 이외의 용도로 산화이질소를 사용하거나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산화이질소는 휘핑크림의 추진제로 많이 사용된다.

산화이질소는 산소를 처음 발견했던 영국의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1772년 질산에 적신 철가루를 가열해서 처음 만들었다. 산화이질소의 정체가 처음부터 분명하게 알려진 것은 아니다. 물질의 연소를 '플로지스톤' 때문이라고 믿었던 프리스틀리는 산화이질소를 '플로지스톤화 질소 공기'라고 불렀고, '가짜 공기'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영국의 외과의사 토마스 베도스는 산화이질소를 흡입하면 결핵 같은 폐질환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제임스 와트는 산화이질소를 그런 용도로 흡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1795년에 17살의 나이에 베도스의 조수였던 험프리 데이비는 스스로 산화이질소를 직접 흡입해보고 환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데이비는 1800년에 산화이질소를 마취제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산화이질소를 마취제로 처음 사용한 것은 미국의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스였다. 1846년에는 보스턴의 치과의사들에게 실제 마취 수술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테르 화합물의 마취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화이질소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다. 마취 효과는 약하지만 냄새와 맛이 달콤한 산화이질소는 지금도 치과에서 어린이용 마취제로도 쓰고, 국소마취제의 보조제로도 사용한다. 항불안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호흡을 통해 흡수된 산화이질소는 세포벽의 이온 채널을 막아서 세포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하고,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쳐서 일시적으로 약한 마취·환각·진통·항불안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산화이질소는 몸속에서 분해가 되지 않고, 호흡을 통해 다시 배출된다. 산화이질소를 많이 사용하는 치과의 실내 공기를 오염시켜 치과의 근무자들에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산화이질소에 장기간 노출된 여성들은 임신 능력이 저하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에 의한 생리 효과는 동물의 종이나 개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산화이질소도 예외가 아니다. 쥐의 종류에 따라 산화이질소에 의해 나타나는 효과가 다른 경우도 알려져 있다. 래트의 경우에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지만, 마이스는 정반대로 도파민의 분비를 차단해 버린다. 사람도 개인에 따라 산화이질소에 의한 생리 효과가 크게 다를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신경독성을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이 알려져 있고, 산소 결핍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생활화학제품의 생산·유통·소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첨가하는 보존제(살생물질)과 공장에서만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독성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의료용 마취제인 산화이질소를 넣은 해피 풍선의 유통을 방치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피해가 발생해야만 뒤늦게 규제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지극히 무책임한 것이다. 정부 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볼썽사납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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