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관료사회에 쓴소리 "부처 업무보고 '표지갈이' 수준 아직까지도 조직 이기주의 남아" 소극적 부처들은 다시 보고키로 반부폐 컨트롤타워 구축 언급도
29일 오후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조달청 업무보고에서 이한주 분과위원장(오른쪽 첫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관세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는 와중에도 공정 관세, 국민안전과 관련된 수출입통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가 관료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자기반성을 토대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새 정부의 공약 실행과 개혁과제 안착에 앞서 관료 사회에 만연한 조직 이기주의, 복지부동, 무사 안일주의 등에 일침을 가해 군기를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22일 출범한 뒤 이날까지 29개 부처·청의 업무보고를 진행해왔다.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는 부처별 업무보고 준비와 태도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단순히 대통령 공약을 베껴오거나, 대체로 기존 정책의 겉만 바꾸는 '표지 갈이' 같은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면서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서생(書生)적 문제의식, 상인(商人)적인 정책 감각을 아울러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관료들이 제대로 느끼거나 공감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며 "촛불민심을 받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공직자들이 감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성장·고용·분배를 완성하는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형)' 기조를 갖고 있는데 관료들의 이해도가 국정기획위 자문위원들보다 낮다"면서 "조직 이기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 부처에 유리한 공약은 뻥튀기하고, 불리한 공약은 애써 줄이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기획위에도 "대관소찰(大觀小察)할 필요가 있다"며 "큰 틀에서 봐야 하지만 재원조달도 살펴봐야 하고 기존 정책과 충돌도 막아야 한다. 국정 전반을 균형 있게 추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도 이와 관련해 정례 브리핑에서 "적극적으로 공약을 해석하고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부처가 있는 반면, 소극적인 부처도 있다"며 "분과위원장들의 평가가 대체로 일치했다"고 전했다. 미흡한 부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소극적인 부처는 과제별로 다시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박 대변인은 "공직자들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 기조에 맞춰 바로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을 추진해온 관성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위는 국가 전체적으로 반(反)부패 정책과 시행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국가청렴위원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시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해 국민권익위를 만들었지만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청렴도 평가에서는 지난 9년 동안 후퇴를 거듭했다"면서 "깊은 반성과 통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분과위원장은 특히 "대한민국의 반부패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권익구제 측면과 부패 척결·청산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권익위의 한계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 역시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독립적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가칭)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앞으로 13개 부처, 9개 산하기관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은 뒤 다음달 21일까지 '국정비전' 최종안을 만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