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감독방향 개선방안'
1안 금융자산 5조 넘고 40%이상
삼성·한화·동부그룹 정도 해당
2안 금융자산 비중만으로 선정땐
금융전업그룹에 태광·현대까지

■ 이슈분석
`복합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중)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체계 수립이 새 정부 들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실제 규제 대상에 어떤 기업이 포함될 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열사 자본의 과대 상계 위험, 계열사 위험(리스크) 전이 및 집중 현상 등을 고려할 때 삼성그룹이 가장 먼저 통합감독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금융권과 학계 전문가들은 복합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수립을 위해 규제 대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칙적으로는 금융계열회사를 2개 이상 보유한 대기업집단은 복합금융그룹에 해당된다. 하지만 감독 범위만 넓힌다고 금융의 건전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감독과 규제로 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범위 확대에 따른 부실 감독 등으로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

홍민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주최한 금융감독체계 개선 세미나에서 "금융그룹 감독의 출발점은 '누구를 규제대상으로 할 것인가'라는 점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라며 "복합금융그룹의 경우 자본의 중복계상, 위험의 전이·집중 방지, 규제 차익의 최소화 목적 등 감독 목적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규제 대상을 정의한 법률은 현재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달 1일 기준 공정위가 지정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총 31개다. 이 범주에 드는 대기업은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와 채무보증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계열사 중 금융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그렇다고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금융계열사가 2개 이상인 기업이 모두 통합감독체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비은행권 금산분리 규율체계의 재설계' 보고서에서 "대기업집단 중에서도 소규모 자산운용회사를 보유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의를 기울여 규제, 감독해야 할 복합금융그룹은 상위 10여개 그룹 정도"라고 평가했다.

복합금융그룹이 금융이 '주 업무'인 금융전업그룹과 주 업무가 아닌 비금융회사인 대기업집단으로 구분된다는 점에서 규제 대상을 좀 더 세분화 해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국내 금융그룹 감독방향 개선방안'에서 두 가지 안을 통해 제시했다.

1안은 그룹내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이면서 그룹 전체의 금융자산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할 경우, 혹은 금융권역별 자산 및 자기자본 비중이 10% 초과하는 금융회사가 2개 이상인 경우를 감독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기준에 충족되는 대기업 집단은 금융자산 비중이 전체 그룹 자산의 50.3%를 차지하는 삼성그룹, 한화그룹, 동부그룹 정도다. 이 박사는 "1안의 경우 유럽 국제감독 기준과 유사하고 대형 그룹에 한정되기 때문에 자율감독 역량이 높아질 수 있지만, 감독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안은 1안에서 자기자본 비율 항목을 빼고, 그룹내 금융자산의 비중만으로 규제 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우리은행이나 미래에셋, 교보 등 금융전업그룹도 통합감독을 받아야 하는 규제 대상이 되며 대기업 집단에서도 삼성, 한화 외에 태광, 현대그룹 등이 추가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 박사는 "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금융그룹이 포함돼 감독목적에 비교적 부합하며 시스템 리스크에 미치는 영향(금융자산 5조원 이상) 및 금융업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금융자산 비중 40%이상)이 모두 고려된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이 경우 가장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이 소유한 금융회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이 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보통주 지분 7.21%(12조원)를 보유한 최대주주(2015년 9월 기준)이며, 이것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에서 핵심 고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외 생보사의 총자산은 707조1000억원이고, 삼성생명은 이중 31.5%인 222조5000억원을 차지한다. 또한 국내 생보사 전체의 '주식 및 출자금'(특별계정 제외) 규모가 23조2000억원으로 총자산의 3.28%인데 삼성생명은 이의 78.0%인 18조1000억원(특별계정 제외, 총자산 대비 8.13%)을 차지하고 있다. 즉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24개 생보사의 경우 총자산 대비 '주식 및 출자금'의 비중이 평균 1.1%에 불과한 셈이다.

김상조 내정자는 "국내는 물론 선진국의 어느 생보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험한 자산운용 방식"이라며 "더구나 '주식 및 출자금'의 대부분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이고, 따라서 사실상 매각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의 자산구성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체계를 수립하게 되면 삼성은 최우선 감독대상이 될 것인데, 그 핵심 요소 중의 하나가 그룹 단위의 자본적정성 평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의 출자관계가 적격자본의 차감항목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즉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가치의 전액 또는 상당부분이 적격자본에서 공제될 것이며, 이는 삼성그룹 금융부문 전체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규모를 볼 때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일본 소니 그룹의 경우, 제조 대기업이면서 금융회사를 보유한 복합금융그룹으로, 일본 당국의 통합감독을 받기 위해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했다"면서 "삼성그룹 역시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해 계열사 위험 전이를 막고 투명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내정자도 "삼성그룹 금융부문만을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통합감독의 유효성을 제고함으로써 재벌 기업이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하거나 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