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급) 출신 공무원 중 70%가 퇴직 후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관리관은 법원의 1심 역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와 소회의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고위공무원이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심판관리 업무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심판관리관(1997년 8월 이전은 과장급)을 거쳐 간 고위공무원은 총 11명이다. 이중 퇴임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취업제한 대상인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제외한 10명 중 7명이 퇴직 후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다.

심판관리관은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전원회의에 9명의 위원과 함께 배석하는 유일한 고위공무원이다.

전원위원들과 소통하며 직접 결정문을 작성하는 일을 총괄하고 위원들에게 의사결정에 필요한 법률적 지식이나 절차 등을 조언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의 초미 관심사인 공정위 전원회의의 논의 과정과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전원위원들의 성향도 잘 파악하고 있어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서 선호하는 경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심판관리관 출신 고위공무원들이 손쉽게 대형 로펌에 안착하는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공정거래 분야의 한 변호사는 "로펌에서는 일반적으로 최소 서기관급 이상 공정위 공무원 영입을 선호한다"며 "공정위 위원회 관련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심판담당관실 경력이 있으면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심판관리관은 2009년부터 외부개방형 직위로 운영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법조인들이 맡고 있다.

일반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관련 업무 영역에 취업할 수 없지만,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직자는 로펌 취직에 전혀 제한을 받지 않는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법조인들이 높은 이적료를 받고 대형 로펌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공정위 개방형 직위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판사 등 전문 법조인의 영입은 공정위 대심제 시스템의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취업제한 강화는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판 관련 업무는 보안이 중요한 만큼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 쉽지 않아 심판관리관을 개방형 직위제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제한을 너무 강화하면 개방형 직위를 통해 좋은 분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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