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방재(防災)의 날'이다. 재해 발생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방재의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재난 사태는 제대로 '방재'하지 못한 것 같다. 월초 강원·경북 지역에 발생한 대형산불로 산림 327㏊(헥타르)가 사라졌고, 이재민 83명과 사상자 3명이 나왔다. 작년 예고 없이 찾아온 경주 강진은 전국을 공포에 빠트렸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재난으로 인해 연평균 재산피해 약 1조원, 사망 7000명이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확산, 경주 지진부터 최근 미세먼지, 랜섬웨어 공격까지 사회 다양성, 복잡성 증가에 따라 '재해·재난'은 다변화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과 피해도 커지고 있다.
과거의 '방재'는 사람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행하는 아날로그적인 접근 및 사후 대응 중심이었다. 이제는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여 재난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고, 물적·인적 피해에 대한 선제적, 능동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4년부터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총동원한 재난관리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나 ICT 활용 미세먼지·대기질 등 센서 측정망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지진·산불 등에 대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기능이 일원화되지 못했다는 평이다. 작년 경주 지진 시 '뒷북' 긴급재난문자를 받았고, 이번 대형산불에도 재난경보는 먹통이었다. 국내 미세먼지 예보를 믿지 못해서 외국의 대기분석 앱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이다.
ICT를 활용한 재난관리는 전세계적으로 수년 전부터 활용되고 있다. 지진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는 민간 통신사 기지국 데이터를 분석해 재난 시 대피시설에 몰리는 인구 규모와 귀가 곤란자 수를 예측하고 대피계획을 수립해 큰 효과를 보았다. 또한, 일본 기상청의 '유레쿠루 콜' 앱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기준으로 지진을 예보해줄 뿐만 아니라 진도와 진앙까지 알려줘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사막이 많은 아랍에미리트에선 위성데이터와 시민들이 올리는 지역별 공기 질 데이터를 융합해 모래폭풍을 사전에 경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여러 스마트폰의 진동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진 조기 경보 앱인 'MyShake'가 등장했다.
이렇듯 재난의 선제적, 능동적 대응을 위해서는 촘촘한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되는 정형 데이터와 SNS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 데이터를 축적하고 통합 분석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특히, 민간과 정부가 보유한 의미있는 데이터를 함께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되면 한 차원 높은 '방재'가 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인정하는 ICT 강국이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기술과 전국을 촘촘히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있다. SOC 시설은 물론 이동중인 사람, 차량, 기차, 선박까지 모두 연결되면 지진·화재·대기질 등 재난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민·관, 정형·비정형 수집 데이터가 지자체·정부의 시스템과 연계돼 재난 '예측/예방'에 활용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신(新)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재의 날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공약한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국민 보호'를 반드시 이뤄냈으면 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안의 정책 구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