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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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에 새로운 햄버거 집이 생겼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몰려가고 있다. 매장이 얼마나 큰지 300명은 족히 수용할 규모인데 문밖까지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서, 햄버거를 주문하고도 20분은 지나서야 '쉑버거'를 맛볼 수 있었다. 상호도 별나서 셰이크쉑이다.

햄버거 가게는 수없이 많다.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로이로져스 등 모두 세계적인 체인점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집에 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을까? 셰이크쉑은 좋은 재료를 쓰는 데다, 미국에선 맥주와 와인을 함께 파는 전략이 주효해서 크게 성공했다. 영국의 최상급 소고기인 스코틀랜드 북단의 청정지역 애버딘(Aberdeen)에서 기른 앵거스 비프를 100% 쓴다고 자랑한다. 밀크셰이크가 대표 음료고 뉴욕스타일의 핫도그와 소금 뿌리지 않은 프렌치 프라이를 내놓는다.

1971년 영화배우 남궁원이 명동에 문을 연 '빅보이(Big Boy)'가 우리나라 최초의 햄버거 집이었다. 남궁원의 부인은 KNA(대한항공의 전신)의 스튜어디스 출신이어서 일찍이 외국의 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부인의 제안으로 미국에서 성업 중이던 햄버거 브랜드를 도입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그러나 빅보이는 2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너무 일찍 창업한 탓이다. 우유에 소금이나 설탕을 넣어 먹던 때 '느끼한' 햄버거가 우리 입맛에 맞을 리 없었다. 또한 대부분 국민들은 햄버거를 사 먹을 형편이 되지 못했다. 이 때만 해도 외국에서 원조받는 가난한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그 뒤 본격적인 햄버거 가게가 생겨난 것은 88올림픽을 앞두고서였다. 1988년 봄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에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열자 동네 사람들이 가게 앞에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그 속에 필자도 서 있던 기억이 새롭다. 햄버거(hamburger)는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Hamburg)에서 나왔다. 함부르크 중심가 알스터(Alster) 호수 내호(內湖, 비넨알스터) 옆에 햄버거 가게의 원조로 알려진 짐 블록(Jim Block)이 있다(필자는 지난 3월 이 곳을 직접 방문했다).

17세기 이래 다진 고기를 둥글고 얇게 뭉쳐서 '함부르크 스테이크'란 이름으로 팔다가, 빵에 끼워 먹기 시작하자 '함부르크 스테이크 샌드위치'라고 불렀다. 이후 1800년대 중반 이민자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부르기 쉽게 Hamburg에 er를 붙여 햄버거로 축약됐다. 이때 함부르크 스테이크에는 계란프라이를 얹어 주기도 했다(옛날 우리나라 '함박' 스테이크에도 계란 프라이가 함께 나왔다). 1847년 함부르크 -아메리칸 라인의 취항으로 선원들이 햄버거를 즐겨 먹자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함부르크란 도시 이름은 서기 825년 무렵 구축된 하마부르크 성(城)에서 유래했지, 햄(ham)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햄버거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 음식에 핫도그(hot dog)가 있다. 핫도그 역시 값싸고, 맛있고, 빨리 먹을 수 있고, 포장해 가기 좋은, 노동자의 길거리 음식으로 출발했다. 길쭉한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어서 각종 야채와 양념을 뿌려서 손에 들고 먹는 음식이다. 뉴욕의 대표음식인 핫도그는 특히 야구장이나 폴로경기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핫도그 역시 본고장은 독일이다. 13세기부터 독일사람들은 소시지를 만들었는데, 신성로마제국의 맥시밀리안 2세의 대관식처럼 주요 행사에 나온 '황실음식'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길거리 '구루마(cart)음식'이 됐다.

왜 핫도그란 이름이 생겼는가? 핫도그에는 가늘고 긴 소시지를 쓴다. 소위 프랑크푸르트 소시지(frankfurter)다. 당시 동양에서 수입하는 향신료는 값이 엄청 비쌌기 때문에 이를 아끼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소시지를 가늘고 작게 만들었다. 이를 프랭크(frank)라고 한다. 한때 독일에서는 개고기로 소시지를 만들었다. 독일인들은 20세기 초까지 개고기를 먹고 있었다. 뉴욕포스트는 독일의 소시지용 개였던 닥스훈트(dachshund)에 빗대서 핫도그란 말을 처음 만들어 썼다.

1959년 소련의 흐루쇼프가 미국을 방문해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핫도그를 먹었다는 외신을 접한 우리 통신사는 큰 고민에 빠졌다. 핫도그, 당시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다. 뜨거운(hot) 개고기(dog)라, 고심 끝에 핫도그는 보신탕으로 번역되고 말았다!(전 세계일보 주필 구월환의 증언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옛날 핫도그, 플레인 핫도그, 델리 핫도그가 있고 아웃렛에 가면 톡톡핫도그가 있다. 이건 모두 소시지에 꼬챙이를 끼워서 옥수수 등 가루반죽을 발라 튀긴 것들인데, 핫도그가 아니고 콘도그(corn dog)다. 요즘 뜨고 있다는 '명랑시대 쌀 핫도그'(중앙, 5. 17) 역시 콘도그의 일종이다. 뿌리를 알고 나면 음식은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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