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부터""3회이상" 부착대상 놓고 논란 얼굴인식 통해 대리측정 부정사용 막아야 주행중 호흡측정 본인여부 지속 확인 필요 "부정사용 제재수단 개정안 포함돼야" 지적 미국, 25개 주서 시동잠금장치 설치 의무화 스웨덴·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서도 도입
시동을 걸기 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부는 파리의 관광버스 기사. 혈중알코올농도 0.02%를 넘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손해보험협회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4부는 지난 18일 음주운전 뺑소니를 저지른 강정호(30.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 징역형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강정호가 2009년,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며 형벌의 예방적 차원을 위해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정호의 자동차에 시동잠금장치가 있었다면 강정호는 '3진 아웃'을 당할 일도, 소속팀 복귀 문제를 고민할 일도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음주운전, 특히 음주운전 '3진 아웃'은 비단 강정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3진아웃 등의 제도로 인해 2013년 이후 음주운전 적발 건수의 절대적 수치는 감소하고 있지만 3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 입니다.
정부는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위반자에 대한 교육, 동승자 처벌, 단속 및 벌칙강화와 같은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 위한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미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 예방책으로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시동잠금장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1986년 캘리포니아 주가 최초로 시동잠금장치 법안을 채택했고 캘리포니아 주는 2017년 7월 1일부터 주 전역의 음주 운전자들의 차량에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현재 버지니아 주 등 25개 주에서 모든 음주 운전자에 대해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나머지 주는 일정 기준을 넘거나 판사의 재량에 따라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1990년 알버타 주에서 처음으로 시동잠금장치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1994년 정식으로 도입했습니다. 현재 11개 주와 준주에서 시동잠금장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온타리오 주의 경우 모든 음주운전 위반자에 대해 1차 위반자는 12개월, 2차 위반자는 36개월, 3차 위반자는 평생 시동잠금장치를 장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시동잠금장치를 도입·운영하고 있고, 그 외 여러 국가에서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위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스웨덴은 1999년에 시동잠금장치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후, 현재 택시의 약 60%, 공공버스의 약 85% 및 모든 통학용 버스에 시동잠금장치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15년 9월 1일부터 어린이통학버스 등 모든 버스에 대해 시동잠금장치 장착을 의무화했습니다.
한국 역시 18대 19대 국회에서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각각 1건씩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사전준비 부족, 가족의 자동차 공동사 용에 따른 불편, 다른 자동차 이용을 통한 회피 및 대리측정 가능성, 낮은 재범방지 효 과 등의 이유로 도입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2건의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안전행정위에 계류 중입니다.
법 개정뿐만 아니라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음주운전 적발 횟수를 기준으로 초범까지 도 시동잠금장치 부착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3회 이상 음주 운전자와 같이 상습적인 음주 운전자에 대해서만 적용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운전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제37조2항에 따른 비례의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리측정과 같은 부정사용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부정사용 방지 기술로는 주로 얼굴 인식 을 통해 운전자 본인을 확인하고, 주행 중에 임의적으로 호흡측정을 함으로써 운전자 본인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부정사용에 대한 제재 수단도 개정안에 함께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반영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