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가 쿠팡 적자 규모 키워 7월부터 생수 위탁 배송키로 12시간 근무에 전환 조건 깐깐 퇴사율 높아 지속가능성 '경보'
쿠팡의 '쿠팡맨' 인센티브 정책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로켓배송'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켓배송 대상이었던 일부 상품의 위탁배송을 확대하고, 쿠팡맨 고용·정규직 전환률 목표를 달성하기가 버거워짐에 따라 쿠팡의 '배송 실험'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오는 7월부터 로켓배송 상품 중 생수를 위탁배송으로 돌려 외주배송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름에 주문량이 급증할 경우에 대비해 쿠팡맨의 배송부담을 줄이고자 생수 배송을 외부에 맡기기로 한 것. 특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가구에 배송할 때는 생수를 들고가기 힘들다는 쿠팡맨들의 호소도 있어 이를 반영했다. 그동안 쿠팡은 생수·쌀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로켓배송 상품 주문량을 제한했다. 생수의 경우 2ℓ 6개들이 최대 두 세트(총 12개)로, 쌀 10㎏ 최대 두 묶음으로 주문량을 한정했다.
쿠팡의 외주배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쿠팡맨이 없는 일부 지역에는 이미 한진·KG로지스 등 외부 업체가 로켓배송 물량을 소화해왔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해 주문이 급증하면서 이들 업체가 로켓배송 물량을 담당하는 일이 잦았다.
쿠팡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주문량이 급증할 때는 약속된 배송일정을 맞추기 위해 숙련된 제휴업체를 통해 배송하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한 '책임배송'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외주배송 확대를 통해 쿠팡맨의 배송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로켓배송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쿠팡맨의 업무 강도가 높고 중도에 그만두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점도 로켓배송의 지속 가능성에 경보를 울리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외주배송은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유동적인 서비스이기에 로켓배송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2015년 김범석 대표가 내걸었던 쿠팡맨 1만5000명 채용, 60% 정규직 전환 목표 달성이 더디다는 점도 로켓배송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쿠팡맨은 3600여 명으로 정규직 비중은 37%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근무하며 업무부담이 많지만 정규직 전환 문턱은 높아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맨은 6개월 단위로 계약 및 연장을 하며 심사를 거쳐 이중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특히 직원 평가를 할 때 사고·과속 등 안전성 관련 사항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사고 위험성이 늘 존재하고 업의 본질이 배송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과속을 하면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큰 업무부담과 까다로운 정규직 전환방식은 쿠팡맨의 직업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는 나빠 앞으로도 로켓배송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쿠팡의 물류비는 2013년 11억원, 2014년 179억원, 2015년 694억원으로 늘었으며 회사 전체 적자 규모는 지난해 5653억원까지 치솟았다. 적자의 상당 부분이 물류센터 구축과 쿠팡맨 운영 등 배송·물류에 투자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