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의 고유 물성을 유지하면서 3차원 소자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광통신과 반도체 소자 개발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백인형 양자광학연구부 박사와 이상민 KAIST 물리학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2차 그래핀을 여러 겹으로 쌓아 올려 3차원 형태의 소자로 제작, 테라헤르츠파의 투과율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광변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형태로 결합돼 한 층을 구성하는 2차원 물질이다. 전기전도도와 강도, 열전도도가 우수하고, 원자 한 층만이 생성하는 전자들의 고유한 에너지밴드 구조로 넓은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어 광변조 소자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입사된 빛의 2.3%만 흡수하는 특성 때문에 그래핀의 광변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그래핀 적층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그래핀을 여러 층으로 쌓아 3차원으로 만들면 그래핀 본래의 특성이 사라져 광변조 능력을 높이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 적층 과정에서 인접한 층끼리 일정한 방향을 가진 결정성에 의해 그래핀 고유의 에너지밴드 구조가 왜곡돼 광변조 능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매우 작은 조각들로 만들어 쌓아 올리면 층간 결정성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서로 다른 결정성을 가진 수만 개의 그래핀 조각을 이용해 25밀리미터(㎜) 면적의 그래핀을 합성한 후 이를 쌓아 올려 그래핀 고유의 에너지밴드를 유지하는 3차원 소자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원자력연에서 개발한 강력한 초고속 테라헤르츠파를 3차원 그래핀 소자에 쏴 광변조 효율을 측정한 결과, 그래핀의 층수를 증가시킬수록 테라헤르츠파 광변조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 3차원 그래핀 물질과 비교해도 월등한 광변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정영욱 원자력연 초고속방사선연구실장은 "그래핀뿐만 아니라 다양한 2차원 물질에도 동일한 원리로 적용할 수 있어 차세대 통신용 소자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2차원 물질 분야의 국제 학술지 '2D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원자력연은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의 고유 물성을 유지하면서 광변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3차원 그래핀 소자를 개발했다. 원자력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