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약가결정 등 건보재정 부담
지출총액 과할땐 제약사에 떠넘겨
업계 경영환경 '직격탄' 불가피

제약업계가 새 정부 들어 약가인하 압박이 커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며 산업 성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 저수가 개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 등 그동안 내세웠던 공약을 현실화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분리된 지금의 약가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용량약가연동제, 위험분담제 등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밖에도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도입,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일차의료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중 이원화된 약가 결정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은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약가 결정은 심평원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약의 경제성을 평가한 후 건보공단과 협상해 결정하는 구조다. 이 과정을 일원화하거나 단순하게 만들면 현재 지적되는 이중 평가 및 이중 인하 문제를 해소하고, 약가등재 절차가 빨라져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사용량약가연동제 등 탄력적 약가결정시스템 운영은 자칫 약가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07년 도입한 사용량약가연동제는 특정 약이 약가 협상 시 예상됐던 것보다 일정 비율 이상 더 많이 팔리면 해당 약의 값을 내리는 제도다. 잘 팔리거나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약의 사용 범위를 늘릴 수록 가격은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제도 폐지를 주장해왔다.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이 속속 시행되는 과정에서 탄력적 약가결정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약가인하 압박을 키울 것으로 업계는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런 기류 속에 건보공단이 최근 '약제비 총액관리제' 도입방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약제비 총액관리제는 고혈압, 당뇨 등 특정 질병이나 지역을 기준으로 약제비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지출총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제약사에 부담을 지우는 제도로, 또다른 약가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연구용역은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가 책임연구자를 맡아 빠르면 7월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건보재정 상황이 나빠지는 가운데 비용 절감을 위해 정부가 제도 도입을 결정하면 제약업계의 경영환경은 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해외에 수출하는 약도 국내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국산 약들이 해외에서도 제값을 못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약 10%인데 의료비 진출은 전체의 30% 수준이다. 2026년에는 65세 인구가 20%, 의료비 비중은 50% 늘어날 전망"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데 복지 혜택을 강화하면 보건의료 재정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혜택을 키우자면 건보재정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부족한 건보재정을 약가인하를 통해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만큼 담뱃세 인상으로 확보한 세금을 건강보험 재정에 활용하고,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 확대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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