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드디어 선택의 날은 밝았다. 대통령 탄핵 전후과정과 대선전을 거치면서 증폭됐던 국론분열과 갈등은 이제 마무리돼야한다. 대선전은 정책대결 아닌 말씨름과 온갖 루머, 비방과 적대감이 난무한 혼란의 터널이었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밝은 풍광이 전개돼야한다. 새 대통령과 정부에 맡겨진 과제는 이처럼 무겁다.

그동안 나라 안팎의 사정은 급박하게 돌아갔지만 우리는 6개월 이상 지도력 공백과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 늦으면 1년, 10년 뒤처지게 돼있는 게 오늘의 세계다. 이제 뛰어야한다.

새 대통령은 당선 기쁨을 누릴 시간이 없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통합을 이뤄 안보 다지기와 경제 위기탈출, 법치(法治)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안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북한의 핵위협과 도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위기의식은 실종됐다. 미국의 국무·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장 등 외교안보 라인 주요 인사들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을 다녀간 걸 보면 한반도 정세는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한국이 배제된 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이른 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현상은 여간 우려할 일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엉뚱하게 사드 비용 부담과 한미 FTA 재협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외교·통상교섭과 동맹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고 한반도 위기 대처를 위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일 관계도 복원해야 하고 사드문제로 한국에 치졸한 경제적 압력을 넣고 있는 중국에 대응할 전략도 짜야한다.

외교·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 다시 말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만들기다. 이를 위해 진짜 중요한 건 '고통 분담'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은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말하지 않고 재원대책 없는 퍼주기 복지공약만 쏟아냈다. 제왕적 대통령을 문제 삼으면서 제왕처럼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건 공약(空約)이나 다름없다. 일찍이 영국의 처칠 총리는 국민에게 "(내가 여러분께 줄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해 영국 국민들을 단합시켜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도록 만들지 않았던가.

우리는 어느새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잊고 있다. 성장률을 1% 포인트 더 높이면 분배 가능한 부가가치는 15조원(국내총생산 1500조원의 1%) 증가한다. 복지증대를 위한 성장의 중요성을 어찌 외면한단 말인가.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만든다. 기업을 겁박하면서 일자리 타령을 해서는 안 된다. 비리기업을 응징하는 건 당연하지만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반(反)기업정서 확산은 일자리 없애고 경제를 죽이는 독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만 없애도 수십만 개 일자리는 늘어난다. 규제와 반기업정서, 생산성을 웃도는 노동비용과 강성노조 등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국내투자를 접고 해외로 나간다. 국내에 일자리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년 간 현대·기아차는 국내 생산 공장 건설을 중단했고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했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의 일자리가 110만 개였다. 해외로 나간 기업을 다시 불러들일 방안도 찾아야 한다. 벤처창업을 말하지만 중요한 건 청소년 때부터 기업의 역할과 기업가정신을 일깨워주는 일이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어린이가 성장해서 창업을 하거나 기업가가 되려고 하겠는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필요한 건 법치 확립이다. 정치권은 물론 노사관계에도 교육계에도 일상생활에도 불법관행이 퍼져있다. 법을 어기는 일을 민주화나 정의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런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 수 없다. 사건 사고가 나면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행태도 뿌리 뽑아야 할 적폐다. 법치를 제대로 해야 나라는 바로 선다.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는 새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