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윤리, 윤리경영 같은 개념들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지속가능경영이다. 영어로는 Sustainable Management라고 하는데 번역이 좀 어색하게된 것 같다. 지속가능경영이란 결국 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경영하는 것이다. 기업이 지속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선은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래야 시설을 운영할 수 있고, 구성원들에게 급여도 지급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법을 지켜야 한다. 법을 어기면 그날은 넘어가더라도 다음날 잡혀간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기업은 사회 속에서 사회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지속가능경영이란 장수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경영이 아닐까. 오랫동안 망하지 않게 잘 나가게 경영하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수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경영이란 어떠한 내용들이 있을까? 첫째는 중장기 계획과 경영방식이다. 당장 내일은 희생하고 포기하더라도, 1년 후 5년 후 10년 후 기업의 모습을 그리면서 경영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이익을 위해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하루살이 기업들을 보아 왔다. 옥시 사건에서 오늘의 이익을 손해보지 않으려고 고의적으로 실험결과를 조작하고, 결국은 소비자의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경영진을 봤다. 그런 기업이 살아남기는 불가능하다. 살아남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오랜기간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는 좋은 시기도 있지만 어려운 시기도 있다.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장수기업이 될 수 없다. 비가 내리고 바람 부는 날이 있듯이, 경제가 안좋을 수도 있고, 시장이 바뀔 수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려면 가정과 마찬가지로 자금도 충분하게 갖고 있어야 하며,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 즉 연구와 개발도 필요하다. 거기에 위기대응 매뉴얼도 필요하다. 수십년 잘 나갔지만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다수의 대기업들, 인터넷과 인공지능 발달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회사들, 지난 십수년 손실이란 단어를 몰랐지만 이제는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해운회사들과 조선회사들, 이런 기업 모두는 평소에 철저하게 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두 번째 요건은 주주만이 아니라 종업원과 소비자,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고려하는 경영이다. 얼마전 미국의 모 항공사의 비행기에서 항공권 초과판매를 이유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장면은 회사 주가 폭락을 가져왔다. 이틀 동안 약 5억 달러, 약 5700억원이 날아가버렸다. 이해관계자를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정과 존경 없이 장수기업이 되기는 어렵다.
지난 2017년초 한국윤리경영학회에서는 주로 대학교수들과 전문가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존경받는 기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오뚜기가 많은 표를 받은 것이다. 첫째는 물려받은 3000억원 정도의 재산에 대해 절반인 1500억원을 상속세로 납부했다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상속을 받고 상속세를 낸 당연한 사실인데 이런 경우가 신문에 '착한 상속세'로 언급되는 것이다. 또 다른 사실은 오뚜기의 전직원이 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오뚜기는 존경받는 기업이 됐다. 물론 그 외에도 다른 내용도 많이 있겠지만, 사회에서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을 조사해보면 아직도 유한양행이 등수에 들어간다. 아마도 반세기 넘게 존경받는 유일한 기업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제는 좀 더 새로운 이름들이 언급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 인정까지 받을 여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경영, 즉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수기업을 많이 만들기 위해 기업이 아닌 우리 사회가 이해관계자로서 해야 할 일을 언급해 본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노동조합에게 정리해고와 전조합원 임금 20% 삭감 중에 선택을 하라고 했을 때, 노조는 임금 20% 삭감을 선택하고 정리해고를 피했다. 일본의 기업과 노조는 고용친화적 생산성 향상을 합의했다. 생산성을 높이지만 그 결과 인원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잘 나가는 기업 뒤에는 훌륭한 종업원과 노동조합이 함께 한다. 수레바퀴에는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 커피를 찾아서 마시고, 친환경제품을 선호할 때 기업들도 그에 따라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한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장수기업은 기업만이 아니라 종업원, 소비자 그리고 이해관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