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업체 '퍼스트솔라' 신호탄
인력 1600명 줄이고 설비 효율화
선두권 한화큐셀 · OCI 공격 투자
"2~3년 내 후발주자 퇴출시킬 것"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미국 최대 태양광업체인 퍼스트솔라의 구조조정을 신호탄으로 세계 태양광 시장이 2차 구조조정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업체들은 생산시설 정비와 확대라는 엇갈린 전략을 앞세워 생존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3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퍼스트솔라는 지난해 4분기 7억6600만달러의 적자를 내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퍼스트솔라는 박막형 태양전지 제조업체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2013년 20%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데 이어 2014~2015년에는 13~14%를 유지했다. 같은 시기 태양광 모듈 생산 세계 1위인 중국 징코솔라의 영업이익률은 8~9%에 불과했다.

퍼스트솔라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분기부터 태양광 제품가격이 하락한 요인도 있지만, 구조조정을 추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퍼스트솔라는 1600명의 인력을 줄이고 모듈 생산설비를 변경하는 등 설비 효율화를 추진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퍼스트솔라의 구조조정을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의 2차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요정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태양광 업체들의 사업 전략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설비확장을 통한 치킨게임을 펼치는 등 업체 간 경영전략의 차이가 극명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모의 경제에서 열세인 북미와 유럽 업체들은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선두권이 밀집한 아시아 지역의 업체들은 공격적인 설비 확장으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효율 개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한화큐셀은 충북 진천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말레이시아와 중국 공장의 생산설비를 개선해 태양광 모듈의 연간 생산능력을 6.8GW로 확대한다. 올 3분기 이를 마무리하면,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19% 늘어난다. 이는 전 세계 모듈 업계 1위인 징코솔라와 맞먹는 규모다.

OCI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2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업계 2위로 순위가 한 계단 올라섰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모듈의 기초 소재다. OCI는 애초 3조4000억원을 들여 연산 4만4000톤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국내에 건설하려다가 지난해 5월 이 계획을 접고, 해외 생산기지 인수로 전략을 수정했다. 국내 투자금액의 30% 정도로 2배 규모의 생산설비를 확보할 수 있고 전기요금도 3분의 1 수준으로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지으려면 8000억원 정도가 든다.

중국 상위권 모듈 제조사들도 증설에 한창이다.

세계 5위권인 트리나솔라와 JA솔라, GCL 등이 모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GCL은 OCI에 이은 세계 3위 폴리실리콘 제조사다. 강 선임연구원은 "중국 상위 10개 모듈업체의 생산용량은 세계 태양광 수요와 같은 75GW에 달하지만, 가격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설비 증설을 지속할 것"이라며 "2~3년 안에 규모의 경제와 자금력에서 밀린 후발업체들의 퇴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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