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무할당제·청년고용보장 등
문재인·안철수 닮은꼴 대책 내놔
문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마련
안 중소기업 일자리 양질화 초점
홍 규제완화로 민간 일자리 창출
유 근로시간 단축으로 해법 모색
심 고용 안전성으로 노동권 확보
후보들 공약 차별화 현실성 의문
현장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야

'5.9 장미 대선'은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따라 60일 안에 치러지는 비상 선거다. 5월 10일 취임하는 19대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증을 받은 뒤 곧바로 국군 통수권을 넘겨받고 국정의 방향키를 잡아야 한다. 극심한 분열을 봉합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면서 벼랑 끝에 선 안보문제 등 국정 난제를 풀어가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말 그대로 연습 없이 실전으로 돌입하는 만큼, 치밀한 집권플랜을 통해 국가 리더십의 공백을 막아야 한다. 개혁의 입법 제도화와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각 대선 주자들의 정책 방향을 미리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구조 개편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대선 후보와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본지는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차기 정부 5년 동안 100조원 이상의 재정을 퍼부어야 하는데 따른 국가 부채 악화 문제, 정부 조직 개편 방향, 산업 정책, 4차 산업혁명 비전과 금융 개혁 등의 로드맵과 재원조달 방향을 입체적으로 해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총 7차례의 기획기사를 내보낸다. 깜깜한 국정 난맥을 뚫고 나갈 확실한 항해도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낡은 국가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촘촘하게 분석할 것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15일 앞둔 24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유권자들이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직선제 보궐선거인 만큼 대선 후보들의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연합뉴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15일 앞둔 24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유권자들이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직선제 보궐선거인 만큼 대선 후보들의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연합뉴스


■대선주자에 미래 어젠다를 묻다 (1)
비슷비슷한 '일자리 창출' 공약


여전히 '문제는 경제'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경제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 실업이 심각하다. 5·9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다섯명의 주요 대선 후보들도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일자리 공약은 엇비슷하다. 차별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공약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약 실천을 통해 실업·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창출 정책의 핵심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81만개 창출'이다. 문 후보 측은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에 연평균 4조2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35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재원은 세법 개정 등 조세개혁, 재정지출 절감 등을 통해 연평균 35조6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와는 괴리가 있다.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소비자가격 인상, 임금 하락 등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경제계의 우려는 반영되지 않은 채 법인세 인상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 문 후보의 공약이다. 의료민영화 등 신산업,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도 없다.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도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다. 청년고용의무할당률을 높이고 적용범위를 민간대기업에 확산시킨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공공부문의 경우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고 민간대기업에도 이를 적용하는 한편 미준수기업에 고용분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지만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청년고용보장제는 문 후보의 청년고용의무할당제, 청년안전망 제도와 닮았지만 역시 구체적인 소요재원, 재원 마련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주요 일자리 정책 추진에 연 평균 40조9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공평과세 구현(12조6000억원), 국세 비과세 감면 정비(11조1000억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사업장에 대해 구조조정의 원인과 진행상황을 정부가 분석하고 대응하겠다는 점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크다. 안 후보 측은 조기퇴직과 경영상 편의를 위한 인력구조조정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에까지 개입할 경우 신규 채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안 후보가 말하는 '공평과세'는 법인세 인상 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창출 공약도 문·안 후보와 비슷하지만 기업의 부담 경감 등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 주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 일자리(기업) 뉴딜 정책'으로 일자리 1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근로시간 축소에서 일자리 해법을 찾고 있다. 대기업의 칼퇴근, 육아휴직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유도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경영 안정 및 혁신성장 조건 마련, 창업활성화를 통한 창업생태계 구축 등의 정책을 활성화할 경우 산업 변화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복안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공약 핵심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용 안정성의 제고, 근로시간 단축, 노동기본권 보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적한 경제 현안은 물론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의료, 관광등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기업 투자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는 설비 과잉 문제와 제조업 쇠퇴로 압축되는 저성장 경제 해결 방안과 인구 감소 등을 뛰어 넘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체계적 로드맵이 빠져 있어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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