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에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9조 9000억원을 낸 것으로 잠정 실적 발표를 했다. 1분기에만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2분기에는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넘어 12~13조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로는 50조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9조 9000 억원은 분기 이익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작년 갤럭시노트7의 단종 위기를 말끔히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분석가들은 삼성전자가 악재를 딛고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렇게 단기간에 떨쳐낼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이번 '역대급' 실적은 또 한번 삼성전자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 됐다.

사실 삼성전자의 역사적 이익 실현에는 운도 따랐다. 시장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시장이 호황국면에 접어들었고, 메모리 반도체가 절대적으로 긴요하게 작용하는 자율주행차, AI,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이 발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황금분할' 사업구조인 반도체·디스플레이·IM(IT와 모바일)·가전(CE) 등 4대 부문이 고루 선전한 것도 10조에 버금가는 이익 실현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역사적 실적이 5~10년 전의 선제적 투자의 결과라는 점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분기 이익의 부침에 상관없이 그동안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에 꾸준히 투자를 증대해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수년 전 15조 원 이상을 투자해 짓고 있는 평택 고덕 반도체 라인은 연내 가동에 들어가 반도체 시장 독주를 이어갈 채비를 하게 된다. 디스플레이에서 OLED가 LCD를 능가할 것으로 보고 집중 투자해온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최대 경쟁자인 애플도 아이폰8의 디스플레이로 OLED를 채택할 것이란 점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삼성전자의 독주는 이런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의 성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내외 문제가 엄혹하기 때문이다. 우선 반도체 시장 호황 사이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2분기 이후 '대박'을 기대하는 갤럭시S8 신제품도 머지않아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난다. 하반기 시판될 아이폰8에는 AR 등 혁신적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비해 삼성전자가 하반기 내놓을 갤럭시노트8에는 아이폰8에 대항할 수 있는 '킬러' 기능을 넣어야 한다.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도 아직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현재 잘 나가는 반도체와 휴대폰 외에 미래 성장을 책임질 아이템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최고 경영 리더십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삼성이 수십 조 단위의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 상태고 상당수 임원들이 자리를 떠났다. 특히 4차 산업혁명기의 초입에 접어든 때에 최고경영자의 부재는 미래를 위한 대형 투자나 전략적 M&A에서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이 부회장의 법적 다툼이 조속히 결론이 나 경영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다. 볕이 날 때 빨래를 말리듯이 글로벌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는 3조 2000억 원(2015년 기준) 이상의 법인세를 내 전체 법인세 세수의 7.1%를 담당했다.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한국경제 기여도를 냉철하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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