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을 땅이 없다?… "학교 담장 허물어 작은 숲 계속 만들어야" 온실가스 감소 등 역할 중요 지속적이고 적절한 투자 필요 성장 시기 맞춰 가꿔 나가야 세상에 쓸모없는 나무 없어 가치 지니며 조화롭게 존재
전북 무주군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로 1940년에 심어졌다. 산림청 제공
지난 5일은 제72회 식목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산림녹화사업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모범 국가에 해당합니다. 6.25전쟁 이후 벌거숭이가 된 우리의 산은 정부의 대대적인 산림녹화 정책에 따라 지금은 울창한 숲과 산으로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숲과 산으로 이뤄진 산림은 세계 생물자원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생물자원의 보고이자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 주는 자원의 보고로, 그 존재가치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무분별한 개발 등에 따른 각종 환경오염물질 배출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우리의 산과 숲은 깊은 수난을 당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숲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오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무 심을 곳이 없다?=우리나라는 산림녹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더이상 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나무를 심어야 할 곳이 많습니다. 첫 번째 대상은 도시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도시에 나무가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도심 곳곳에 녹지대를 만들어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기 위해 초등학교 내 자투리땅에 작은 숲을 만들 수도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담장을 허물어 기다란 숲을 만든다면 도시생활에 찌든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쉼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쓰레기 매립장에 나무를 심어 희망의 숲을 조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종갱신을 통한 나무심기=과거 우리 숲에는 헐벗은 땅에서도 빠르게 자라는 나무를 심어 대부분이 특정한 몇 개의 수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나무의 나이도 30살 정도로 적은 편입니다.
이처럼 우리 숲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나이의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자라도록 해야 하고, 청년기에 접어든 숲은 다음 세대의 숲을 조성하는 데 준비해야 합니다. 가령, 키가 큰 나무 아래 작은 키의 나무를 심어 키가 큰 나무를 수확하고도 계속 숲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숲을 가꿔갈 수 있습니다.
◇숲에 더 이상 투자할 필요가 없다?=국민 대부분은 '우리 산이 저렇게 푸르고 좋은데 숲에 더 이상 무슨 투자를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숲 투자에 필요성을 한번쯤 반문해 봤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선입관은 숲의 특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입니다.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의 거대한 숲 자원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를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숲은 지상에서 유일한 재생 가능한 자원이고, 그것을 잘 가꿔 현명하게 이용하면 영원히 쓸 수 있는 귀중한 자연자원이 됩니다.
또 숲은 환경을 유지하는 기능도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몸체를 키워가는 공기청정기이자 탄소 통조림 공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자연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면서 적절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숲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숲은 가꾸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풀 한 포기, 나무 하나 꺾는 것도 나쁜 것으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정부와 거대 자본은 경제개발을 이유로 숲은 파괴되고 황폐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유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우리의 숲을 가꿔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이용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를 위해 숲의 성장 시기에 맞는 숲 가꾸기를 해야 하고, 성장이 활발한 청년기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의 숲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숲이 시민의 쉼터이자 도시의 허파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막고 보살펴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 숲엔 쓸모없는 나무뿐이다=선진 임업국의 숲에 자라는 거대한 나무나 열대우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하고 풍부한 숲과 비교한다면 우리 숲은 경제적인 가치나 생물 다양성이 선진국의 숲보다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숲은 20세기 초 완전히 파괴된 후 다시 조성된 지 이제 겨우 30년 정도로, 아직 어린 나이에 해당합니다.
우리 산에 자라는 나무 중 쓸모없는 나무로 아까시나무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다른 종류의 식물들이 제 영역 안에서 쉽게 자랄 수 없게 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등 다른 식물을 몰아내는 특성과 무성한 번식력으로 우리 숲을 파괴하는 나쁜 나무로 잘못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아까시나무 뿌리에는 질소고정균이 있어 사막같이 헐벗은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만듦과 동시에 황폐지의 산림토양을 개량하는 데 일등공신이었습니다. 또 연탄이 보급되기 전 땔감을 공급하는 연료림의 역할과 함께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양봉농가에 안겨주는 중요한 나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쓸모없는 나무는 없고, 모든 나무는 각자 쓸모있는 존재로 자신의 가치를 지니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