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개 차종 17만여대 리콜 북미서도 130만대 리콜 협의중 "신뢰 회복 쉽지 않을것" 지적도
[디지털타임스 최용순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우선 경영 철학으로 내세웠던 '품질 경영'이 위기를 맞았다. 현대차가 소음과 진동, 시동 꺼짐 등으로 논란이 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들에 대해 지난 7일 전격 리콜을 발표했지만, 늑장 대응과 불명확한 해명으로 이미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쏘나타·K5 등 현대·기아차의 대표 차종에 장착된 세타2 '2.4GDi', '2.0 터보GDi'엔진은 벌써 제작 결함이 의심돼왔다. 해당 엔진을 장착한 일부 차량에서 심한 진동과 소음은 물론, 심할 경우 주행 중 시동 꺼짐과 화재도 발생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세타2 엔진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불거졌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차들에 대해 대량 리콜을 하면서 보증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등 조치를 했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는 "미국 공장의 청정도 문제로 발생한 일로 국내 차량은 문제가 없다"며 국내에서는 리콜하지 않았다. 소음, 시동 꺼짐 등 증상은 비슷한데 미국에서만 리콜이 진행되자 국내 소비자들은 차별대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문제가 끊이지 않자 국토교통부는 조사에 착수해 세타2 엔진에서 소착 현상 발생 등 제작 결함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그랜저(HG), 소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1348대로 오는 5월 22일부터 리콜이 시작된다.
늦게라도 현대차가 리콜을 시행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여전히 업계와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불명확한 해명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리콜 건에 대해 "엔진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가공 공정의 문제"라며 "미국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라인 청정도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국내와 미국에서 확인된 결함 내용을 보면 공통적으로 엔진 내부에 금속 이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며 "문제없다던 엔진을 인제 와서 리콜하는 것 자체가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현대차는 북미에서도 세타2 엔진 탑재 차량 130만대를 리콜하는 방안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협의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크랭크 샤프트 핀이라는 엔진 부품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아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같은 세타2 엔진 문제이지만 국내와 미국은 리콜 사유가 다르다"며 "국내 리콜은 크랭크 샤프트의 오일 공급 구멍을 가공하는 공정에서 이물질이 발생한 청정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