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도 또다시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정부가 다시 3조원에 가까운 회생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동의가 남아 있지만 지금 상황이면 별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에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 회사를 이대로 파산시키면 59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금융위원회의 논리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7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 만큼 대우조선을 좌초시킬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한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대우조선발 '4월 경제위기설'이 허튼소리만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에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다시 투입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 대우조선의 주식 거래를 재개하고 회생시켜 매각을 통해 국내 조선산업을 빅2 체제로 재편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대우조선 사태가 호미를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으로까지 치달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업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정부가 이를 추진할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015년 금융위 중심으로 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6월 사령탑을 경제부총리로 격상했지만, 자리만 격상했을 뿐 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산업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금융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새 정부가 추진한 산업구조조조정은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대우조선 문제는 과감한 산업적 결단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정치적 고려를 함으로써 더 꼬이도록 만들었다. 다음 정부는 더 큰 시한폭탄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추진한 해운산업 구조조정도 그렇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내몰아 결국 한국 해운산업을 변방으로 내몰았다. 애초 한진해운의 파산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없었을 정도로 과감한 정부의 결단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현대상선만 홀로 남아 다국적 해운선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리라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정부가 추진했던 철강산업 구조조정도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현재 철강산업은 중복 투자와 중국의 공세로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여 있다. 누가 하든 손을 봐야 할 상황이지만 업계의 반발에 결국 정부가 손을 들었다. 시황이 다소 개선하면서 문제가 잠시 가려졌지만 언제든 터질 시한폭탄이다.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런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결국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키를 잡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보니 산업적 검토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시장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구조조정이 흐르게 됐다. 재무적 검토도 필요하지만 산업구조조정이라는 이름처럼 산업적인 고려를 우선했어야만 했다.

새 정부 출범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는 산업구조조정의 방식은 이젠 끝내야 한다. 그리고 차기 정부에서 산업과 금융의 시각을 두루 갖춘 컨트롤타워를 새로 꾸려 냉정해야 새 판을 짤 수 있도록 더는 악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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