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중국이 무역보복을 시작하면서 우리경제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먼저 금리정책을 보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고 내리거나 동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높일 경우 한국은행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은 경기가 더욱 침체되고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이 부실화될 것이 우려된다. 금리정책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환율정책도 마찬가지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올라가도 문제고 그렇다고 내려가도 걱정이다. 환율이 올라갈 경우는 환차손을 우려해 외국자본의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외환위기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에 환율이 내려가면 환차익을 기대한 자본유입으로 환율은 적정환율 이하로 하락하게 되고 우리 수출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이다. 4월과 10월에 있을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려면 우리 외환당국은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변동해도 시장에 개입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국제환투기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 외환시장에서는 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환율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원화 환율이 지금과 같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환차익을 챙긴 투기자본이 빠져나갈 때는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우리는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역도 중국과 미국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면서 중국은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무역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의 2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보복을 피하기 위해 사드배치를 반대하거나 혹은 지연시킬 경우는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을 당할 수 있고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수부양도 쉽지 않다. 수출이 원활치 않은 경우 경기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내수부양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 건설경기를 부양시키거나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자니 자본유출이 우려되고 또한 과열된 부동산 경기가 더 심해질 것이 염려된다. 재정지출을 늘리기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건설경기를 침체시킬 경우 세수가 감소하면서 재정적자가 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수단이 남아있는지 여부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우리경제가 남미경제와 달리 위기를 신속히 극복할 수 있었다. 재정정책이라는 정책수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남미와 달리 재정이 건전해서 확대재정정책을 사용해 경기침체에서 신속히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역과 환율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이에 맞설 정책수단은 고갈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과 중국의 무역보복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고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환투기세력의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이에 맞설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위험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피하기 위해 정책당국과 우리 모두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선과 탄핵에 매몰돼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같이 위기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또다시 위기를 겪으면서 국부가 유출되는 상황을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동시에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환율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비록 재정여력이 여유롭지 않지만 재정지출을 효율화해서 경기경착륙을 막아야 한다.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서 사회 인프라에 근무하는 공공부문의 임시직의 고용을 한시적으로 늘리고 필요한 인프라 투자도 늘려야 한다. 무역시장을 다변화시켜 중국에 편중된 무역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환율정책과 금리정책을 효율적으로 결합해서 금리와 환율을 안정시키고 자본유출을 막아야 한다. 지금은 우리경제가 딜레마 상태에서 벗어나 위기를 겪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현명한 대응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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