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신문에는 중국 정부와 어느 기업이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를 7년 이내에 현금과 서류가 없는 블록체인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보도됐다. 중국의 대표기업 알리바바는 모바일 페이, 알리 페이에 이어 스마트 물류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도 한다.
ICT 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하도 많이 들어서 식상한 감도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이제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만 예외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다.
주변국, 특히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수출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두고 각축하는 경쟁상대가 됐다. 그런데, 우리 기업은 세계시장을 두고 주요국과 경쟁하기보다는 내수시장에만 몰두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의 유통재벌들이 세계로 나아가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는 국내의 골목시장에 들어가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의 시장을 포식하고 있다는 비난은 오래된 이야기고 진행 중인 이야기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외면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유통기업 하나는 최근 광고에 스스로를 '옴니쇼핑'이라고 자칭하고 있다. 스마트 리테일로 이루어지는 옴니채널 유통이 이미 우리에게 와있음을 선언한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옴니채널의 확산은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역설이라고나 할까. 옴니채널은 그 특성상 다양한 유통업종과 업태가 통합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통재벌은 유통산업 내외의 수직·수평통합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통시장에서 주요 유통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유통재벌의 경우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업태를 겸영(수평통합)할 뿐 아니라 제조업, 금융, 각종 서비스업 등을 영위(수직통합)함으로써 시장에서는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중소영세상인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혼자만 사는 길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우리 경제의 기저를 이루는 영세중소자영업의 실정은 어렵기만 하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총 사업체수는 354만 5000여 개, 그리고 전체 근로자수는 1596만 여명이다(2014년). 이 중에서 소상공인의 사업체수는 306만 3천여 개(86.4%), 근로자수는 604만 6천여 명(37.9%)에 이른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은 창업 후 5년만 버텨도 성공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생존환경은 녹록치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소상공인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4%에 불과했는데(2015년), 시간이 갈수록 생존율은 더 떨어진다. 2년 생존율은 47.5%, 3년과 4년 생존율은 각각 38.8%, 31.9%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리고 5년을 버티는 경우는 27.3%, 전체 창업자 4명 중 단 1명에 불과하다.
중소영세자영업은 내수경제의 인프라 즉 버팀목이고, 그들이 구성하는 서민경제는 시장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대기업만 존재하고, 서민이 없는 시장은 그 지속가능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공인된 인식이다.
따라서 대기업은 이 버팀목을 지키기 위해 기여해야 한다. 부디 골목을 전전하기보다 세계로 나아가기 바란다. 그리고 새 정부는 중소자영업이 우리 경제의 인프라라는 인식을 토대로 서민이 강해지는 유통정책을 확고하게 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넓게 쓰인 어구로, 이 덕분에 빌 클린턴은 당시 현직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