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부르는 용어를 새로 정했다고 한다.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먼지(PM10)를 '부유먼지'라고 부르고,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를 '미세먼지'라고 부르겠다는 것이다. 부유먼지와 미세먼지가 섞여있으면 '흡입성 먼지'라고 부르겠다고 한다. 국제 사회의 용어와 어울리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도 없는 황당한 제안이다. 정작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엉뚱한 일에 매달리는 환경부와 대기환경 전문가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용어를 바꿔야겠다는 이유가 황당하다. 우리 용어가 전문가들이 국제 사회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달라서 생기는 불편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감수하면 될 일을 핑계로 모든 국민들에게 불편과 혼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20년 이상 아무 문제가 없었던 용어를 바꾸려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20년 전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가 새로 제안한 '부유먼지'와 '흡입성 먼지'도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용어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아서 문제라는 환경부가 또 다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용어를 내놓은 셈이다. 전문가들에게나 어울리는 '입자상 물질'이나 중국·일본에서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분진'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는 대기환경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새 용어가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반드시 PM10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지의 여부는 크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먼지를 구성하는 물질과 먼지의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밀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 먼지의 크기만으로 결정되는 PM10을 '부유먼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인체의 호흡기를 통해 흡입된다는 뜻의 '흡입성 먼지'도 합리적인 용어라고 할 수 없다. PM10과 PM2.5가 섞여있어야만 인체의 호흡기를 통해 흡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PM10에는 상당한 양의 PM2.5가 섞여있기 마련이다. PM2.5의 비율이 60%가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경로에 따라 그 비율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황사처럼 큰 입자가 부서져서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PM2.5의 비율이 낮고, 자동차 배기가스처럼 분자성 입자들이 달라붙어서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그 비율이 높아진다. 결국 환경부의 새 용어에서 '부유먼지'와 '흡입성 먼지'는 현실적으로 구분이 불가능한 것이다.
국제 사회의 전문가들은 우리가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PM2.5를 '미세먼지'라고 부르고, 지름이 훨씬 더 작은 PM1.0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입자의 지름을 기준으로 먼지를 구분하는 관행은 먼지의 양을 측정하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착된 것이다. 의학적으로 인체의 호흡기를 통해 폐포까지 흡입될 수 있는 입자 크기의 기준은 5마이크로미터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용어에 의한 괜한 혼란은 불가피하다. '미세먼지'가 PM10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 발암성을 확인해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PM2.5를 뜻하는 것인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기존의 용어와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환경부가 용어를 바꾸자는 진짜 의도는 따로 있을 것이다. 그동안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환경부와 전문가들이 뒤늦게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기 때문일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을 '변형'으로 바꾸고, '조류독감'을 'AI'로 바꾼 것과 전문가들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환경부가 PM1.0을 분석하는 기술을 도입하면 진짜 '초미세먼지'는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전문용어의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전문용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감성적 반응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무성생식에 의한 발생을 뜻하는 '클론'을 '복제'라고 부른 탓에 동물복제에서 복사기를 떠올리게 만든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유전자 가위'도 더 이상 문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유전자 편집'으로 순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