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영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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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다. 1987년 제9차 개정헌법(현행 헌법)이 시행될 때 신설된 헌재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탄핵하는 장면을 보니 격세지감이 든다. 헌재에 탄핵심판 권한을 부여한 것은 대한민국헌법이고, 대한민국헌법의 저작권자는 국민이다. 헌법이 헌재에 이런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인 지형을 변화시키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도 이 사건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지난 반세기를 뒤돌아 볼 때 한국 경제가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질서에 따라 운용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한국 경제와 유사한 사례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까닭에 한국이 이룬 산업화의 공을 누구에게 돌리는 게 맞는지, 산업화가 먼저인지 아니면 민주화가 먼저인지 등 논쟁거리가 많다. 역사적 평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게 제공한 특혜가 정치자금과 연결돼 정치를 부패하게 한 사실, 부패한 정치가 '공정한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시장경제질서의 자리매김을 오랫동안 방해한 사실, 이로써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질서가 무엇인지 그 개념마저 교란되어온 사실은 우리에게 너무 뼈저리게 다가온다. 지난 수십 년간의 정경유착은 시장에 '정치권 줄만 잘 잡으면 안 될 사업도 되게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 왔다. 그나마 대한민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할 시기에는 이런 식으로 특혜를 입은 기업들에서 흘러넘친 돈 일부가 서민들에게도 내려와 이익을 주워 담는 일이 가능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낙수효과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지상주의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수출 지상주의 정책은 관치경제 및 관치금융과 긴밀하게 밀착돼 있었고, 정치권 일각은 관치경제 체제를 이용해 재벌과 '고객정치' 놀음을 했다. 정경유착은 그들에게 마치 공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한강의 기적' 운운하며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며, 가계부채를 늘려 GDP 수치만 좋게 보이게 하느라 급급할 뿐이었다. 자신들의 권력 유지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역사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 이를 교훈 삼아 앞길을 밝혀 나가는 데만도 바쁜 시기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창조경제'를 외치고 독립된 부처를 신설해 ICT 융합혁명에 대비하는 듯했다. 혹자는 국정농단이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떠나 ICT 기반의 융합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설정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발전 방향만은 옳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핀테크 등 그때그때 등장하는 '신기술'에만 주목하여 정부 지원을 하는 것을 창조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창조경제란 페이팔의 설립자인 피터 티엘이 말한 것처럼 0에서 1로 바꾸는 것, 즉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숨어 있던 '가치'를 발굴해 소비자들에 제공해주는 것이 창조경제임을 이해한다면 정부가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같은 특정 기술에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무언지를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유행처럼 부상하는 특정한 기술에 지원을 남발하는 모습은 우리가 여전히 관치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실패한 이유는 산업화 시대의 관치경제 프레임으로 창조경제를 만들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건 정부는 시장을 주도하고 규제를 만들어 나가기보다는 그 반대로 해야 한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정부는 '공정한 룰'을 정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규제의 패러다임을 시장경제질서 본연의 개념에 맞게 바꾸자.

이 글 서두에서 법과 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어서 최근에 있었던 큰 사건을 먼저 언급했다. 지금 규제 관련 법과 제도를 창조경제 패러다임에 맞게 손보면 그 혜택은 우리 다음 세대가 보게 되리라. 앞세대가 만든 87년 개정헌법이 30년 후 국정농단을 탄핵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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