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빌헬름 슈미트 저/책세상/1만1500원

최근 몇 년간의 인문학 열풍으로 그 근간이 되는 철학 역시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까지 전 방위로 소환되어 이곳 저곳에서 만능열쇠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늘 철학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에 부딪혀왔다. 철학은 왜 필요할까? 철학의 목적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인들이 처음 철학을 고안해낸 이유는 삶을 다스리는 지혜와 기술을 향한 갈증 때문이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는 일,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지금은 어떻고 앞으로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나아가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그로 인해 이 삶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사유하고 또 숙고하는 일이 바로 철학의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그들은 '삶의 기술'이 필요할 때마다 철학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다. 이른바 '영혼의 치유사'로 불리는 독일의 저명한 대중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를 통해 상실감, 피로감, 우울증, 강박증, 가치 혼란, 정체성 혼란 등 오늘날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병리 현상, 즉 그 자체로 현대의 징후라 할 수 있는 이런 어려움이 '삶의 기술'의 결여에서 비롯된 문제라 지적하며 고대 철학으로부터 삶을 다스리는 기술로서의 철학의 본래 목적을 다시 발견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현대사회의 병리 현상을 치유하고 삶에 대한 성찰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나아가 더 아름답게 살기 위한 기술과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슈미트 교수는 철학이라는 학문에서 흔히 떠올리는 이론적 지식을 전개하기보다는 삶의 기본적이고 현실적 문제들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의 소풍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삶의 능력을 다시 가능하게 하는 답변을 찾으려 한다. 그는 인간의 삶은 습관, 쾌락, 고통, 죽음, 분노, 격정 같은 문제와 대면하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이 문제들은 삶의 충만함과 행복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오랫동안 삶의 기술 철학과 철학의 대중화에 천착해온 저자의 통찰과 담백하게 풀어낸 사색의 결과,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삶에의 철학적 조언들은 삶을 위한 성찰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유의미한 인생의 지표를 제시해줄 것이다.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거나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고민할 때 사람들은 곧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지침을 찾곤 한다. 그러나 그런 답은 실패하기 십상이고 자신을 진정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내 삶은 타인의 답을 빌릴 수 없는 나만의 삶이기 때문이다. 내가 직면한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 나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의 조언이 필요하다. 슈미트가 말하는 삶의 기술 철학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철학은 추상적, 개념적 인식의 영역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삶의 의미 상실과 고통을 치유하는 실천철학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이를 통해 사건과 경험의 연관을 파악하고 선택과 가능성을 탐색하고 그 무게를 가늠하며 실천에 옮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이를 통해 자신을 더 강화시키면 궁극적으로는 내가 추구하는 삶에 다가갈 수 있다.

장윤원기자 c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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