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말하기/데이비디크리스털 저/이희수 역/토트/1만5000원
사실은 나도 달변가였다, 잊고 살았을 뿐.
'말 한마디에 1000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1000리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등 우리 선조들의 속담 중에는 말에 관련한 것이 많다. 그만큼 선조들은 말이 가지고 있는 힘과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뼛속 깊이 깨닫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청중 앞에서 말하기를 부탁해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얼마나 말하기를 어렵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손 사례를 치며 거절한다. 심지어는 원고를 마련해주고 읽기만을 부탁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꼭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니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며 입사 면접, 3분간의 테이블 스피치,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 1시간이 넘는 강연 등 다양한 말할 기회를 갖고, 그때마다 두려움에 떤다.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힘 있는 말하기'(The Gift of the Gab)의 저자이자 달변을 사랑해, 온 일생을 달변 연구에 받친 데이비드 크리스털 영국 뱅거대학교 언어학과 교수는 사실 우리 모두가 달변가였다는 색다른 주장을 펼친다. 그는 어렸을 때 누구나 달변가였지만, 사회화와 학교 교육 과정에서 억눌리며 퇴화한 것일 뿐 약간의 연습만 더해지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뭔가 할 말이 있어야 하고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 대상에게 그 말을 하고자 한다는 사실, 듣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과 그들이 기대하는 바를 알아야 하고, 평소에 쓰는 언어로 특별하게 말하는 법 등 달변의 다섯 가지 규칙을 통해 누구나 달변가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실제 상황을 중심으로 달변에 필요한 요소들인 소리의 높낮이, 속도, 운율 등 이론적인 지식부터 시의적절한 말, 마이크를 다루는 방법, 유머를 구사하는 요령과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퀸틸리아누스 등 대가들의 여섯 가지 말하기 비결에 이르기까지 실전에 필요한 것들을 소상하게 덧붙였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의 장점은 남다른 경험을 가진 개인의 사례가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와 원칙에 따라 누구나 언변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털 교수는 언어의 역사와 용법에 해박한 전문가답게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결혼식 축사, 스토리 구연부터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강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달변을 할 수 있는지 파헤쳐 보여준다.
라디오 진행자가 청산유수와 같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거나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가슴이 뜨거워진 적이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들자. 어느 틈엔가 잊고 있었던 달변가의 나를 되찾아 줄 것이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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