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명칭·운영 재편 검토중 벤처기업 육성 방침은 유지 삼성도 '창조경제' 단어 배제 크리에이티브캠퍼스로 변경 다른 기업에도 확산 움직임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였던 '창조경제'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삼성에 이어 CJ 등도 창조경제 관련 사업의 명칭 변경을 검토하는 등 전 정권의 흔적 지우기 움직임이 점점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이름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변화는 필요한 것 같아서 검토 중이고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CJ그룹 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창조융합본부 폐지를 확정하는 등 관련 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면서, 이미 CJ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인 만큼 그에 맞는 명칭과 운영방식의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는 변함이 없는 만큼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기본 운영 방침을 바꾸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 역시 지난달 대구 삼성창조경제단지의 명칭을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로 바꾼 데 이어 최근에는 개소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박근혜 정부를 연상시키는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를 전담 지원하는 다른 대기업에도 확산하고 있다. 지역 센터를 맡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다수 기업이 올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책정한 만큼 올해 당장 지원을 줄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존폐가 안갯속이라 내년에도 지금처럼 할 수 있을지는 우리도 모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보통 국비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데 어떤 곳은 이미 지자체 예산이 삭감된 곳도 있어 창조경제 고유의 발굴과 투자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혁신센터에서 고용한 정규직 등 직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는 2014년 박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창조경제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만들겠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했고, 같은 해 9월 대구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지역에 18개 혁신센터가 만들어졌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대기업이 정부, 지자체와 함께 협력하면서 전담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억지로 하나씩 떠맡는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 재계와 시민단체의 전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충북·부산·전남 혁신센터의 1년간 투자금액과 신규 채용 성과를 분석한 결과 1인당 27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마저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사실상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저성장 장기화 분위기에서 일자리 창출을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벤처·스타트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좀 더 실질적인 벤처 육성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