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보다 반년 이상 당겨 인수액 9.2조… 역대 최대규모 커넥티드카 · 부품사업 등 속도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하만 인수를 계획보다 반년 이상 앞당겨 완료했다. 애초 올 3분기까지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반독점 심사국에서 예상보다 빨리 승인을 받으면서 전장 분야에서 확고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유럽연합(EU)·중국을 비롯한 10개 반독점 심사 대상국의 승인을 받는 등 인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하만 인수를 완료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14일 하만과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인수액은 총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로 국내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빅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인수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앞서 지난 1월 하만의 일부 소액주주가 회사 가치를 저평가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당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하만은 지난달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삼성전자와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하만을 자회사로 품은 삼성전자는 세계 주요 전장 업체로 단숨에 발돋움했다. 앞으로 사업을 안착시키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대한 과제로 남아있다. 하만은 이미 BMW, 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5G 네트워크 기술 등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을 준비해와 하만과의 협업으로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부품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 하만이 JBL, 하만카돈, AKG, 뱅앤올룹슨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전장 사업뿐만 아니라 TV,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삼성과 하만의 전장 제품을 접목하고 구매, 물류, 마케팅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만은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며 임직원과 본사, 해외사업장, 브랜드 등을 유지할 계획이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 겸 하만 이사회 의장은 "삼성전자와 하만은 오디오, 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고, 커넥티드 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선도해 완성차 업체에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사장)는 "삼성은 하만이 보유한 고객과 신뢰관계 등을 중시하는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주주이자 파트너"라며 "이번 인수합병으로 자동차 전장과 오디오 등의 분야에서 성장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장 시장은 연평균 9% 성장해 2025년에는 1029억달러(약 119조)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