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ICT는 암흑기·과학기술은 후퇴… '선택과 집중' 필요
혁신·창의 부분 명확한 개념 정립… 부처 이기주의 탈피도
차기정부 ICT 규제 완화 통해 '미래 먹거리 창출' 핵심과제
중소벤처 육성 적극 지원… '좋은 일자리 만들기' 주력해야

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을 초청, '바람직한 ICT 정부 조직개편을 말한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임주환 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가운데)을 좌장으로 (왼쪽부터)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부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을 초청, '바람직한 ICT 정부 조직개편을 말한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임주환 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가운데)을 좌장으로 (왼쪽부터)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부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리스타트 코리아 ICT거버넌스 좌담회
긴급진단 'ICT 컨트롤타워'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회 - 바람직한 ICT 정부조직개편 (4부 하ㆍ끝)


권오상= 지금까지는 행정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 때문에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전제로 할 것은 미래부가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부처이기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를 아우를 수 있는 정부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동현= 사실 미래부는 모호한 개념이다. 실질적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 모르는 상태다. 새 정부에서는 제대로 민간과 정부가 병행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성철= 미래부는 미래와 창조, 과학의 결합이었다. 그런데 미래는 없었고, ICT를 의미하는 창조는 부진했으며, 과학은 소홀했다. 대한민국에서는 ICT가 선발투수로 아직까지 버텨줘야 한다. 우리는 ICT 영역에서 플랫폼을 강화하고 콘텐츠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 과학기술-ICT 분리 '한마음'

좌장=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해야 할지, 붙여야 할지 얘기해보자.

김성철=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과학은 장기적 호흡을 전제로 하고, ICT는 단기적이다. ICT는 시장과 연동돼 실패하면 바로 바꿔야 하는데, 과학은 토대를 쌓아가는 것이다. 둘째, 정부 역할이 다르다. 과학분야에서는 시장에서 투자하지 않는 부분에 국가가 투자하고 인력 양성을 해줘야 한다. 반면 ICT는 정부가 장애물을 치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과학 분야의 소외감이 너무 강하다. 고위공무원단 비중을 보면 ICT가 압도적이다. 그러다 보니 과학기술 전문행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상= 분리해야 한다. 과학은 5~10년 계획을 세우는데, ICT는 5년 계획도 너무 길다. 두 분야를 합칠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보다 떼놓으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단, ICT 분야 R&D가 따로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 R&D 중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것은 각각의 부처에서 하면 되지, 전체적으로 합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안정상= 지난 9년 동안 ICT는 암흑기, 과학기술은 제자리걸음 또는 후진했다. 과학기술을 무조건 분리하는게이 아니라 ICT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R&D 부분은 묶을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도, ICT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 미디어·콘텐츠 산업 활성화 집중해야…"국민 정서 대변할 수 있는 심의 필요"

좌장= 이번에는 미디어 쪽을 보자. 미래부와 방통위는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안정상= 미디어도 분산된 기능을 모아야 한다.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조를 보면 '한 지붕 두 가족'의 어색한 동거다. 방통심의위 내에도 방송소위, 통신소위가 따로 있다. 방통위 역시 나뉘어 있다.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위원도 없다. 미디어 영역을 모으자. 공적 역할과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병행하기 위해서다. 사견을 전제로 디지털콘텐츠, 방송영상 등은 묶어 미디어부로 하고, 심의기능은 민간 독립기구로 합의제 기구를 만들어주자.

권오상= 사실 방통위만 놓고 보면 시대 흐름을 가장 잘 반영했던 부처 중 하나다. 저는 방통위라는 형태의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다. 미래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것이라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 것이 방통위 역할 아닌가 한다.

황동현= 산업 진흥 차원에서 규제기능을 묶는다면, 방통위하고 심의위를 합쳐 규제기능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김성철= 방통위는 사실 계륵 같은 존재다. 콘텐츠 중심의 부서로 모아야 실패가 없다. 정책에서 합의가 필요한 부분과 미디어복지, 사후규제 부분을 남겨둘 필요는 있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 유지하는 공영방송은 공익성을 강조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 독임 부처로 가서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 심의 기능을 모으자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영화, 게임 등도 다 심의가 흩어져있다. 이왕이면 콘텐츠 심의를 다 모았으면 한다. 또 하나, 심의의 문제는 사람이다. 지금 방통심의위 가보면 너무 올드하다. 국민의 보편적 정서를 대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의위는 조직을 어떻게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의위원을 어떻게 두는 것도 중요하다.

◇ 4차 산업혁명 주도, 부처 칸막이 어쩌나

좌장= 요새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융합은 단순히 ICT와 다른 것을 조금 섞는 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 일어난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만약 독임 부처를 만들더라도, 정말 이 부처가 4차 산업혁명의 주도력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혁신부총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안정상= 3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대통령의 의지가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에서 혁신과 창의 부분의 명확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혁신, 창의에 들어가면 어떤 규제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창업을 지원한다면 모든 지원이 가능토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세 번째는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중복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기구에서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심의기구였던 민관합동기구를 의결기구로 격상시키자는 것이다. 전체 산업 지도를 가지고 영역별 핵심과 창업 부분을 나눠야 한다. 창업은 지원하기 위한 근거 규정 만들고, 혁신 부분은 벽을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권오상= 비슷한 생각이다. 공공분야는 중복되지 않게 일하는 게 기본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잘못하고 있다.

좌장= 부처 경쟁도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가 있긴 하다. 다만, 제대로 싸우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 미국은 하나의 과제를 3곳에 한꺼번에 주는 경우가 있다. 부처 간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경쟁을 해봤으면 한다.

황동현= 과거 우리 ICT 산업에 경쟁을 도입 후 정착되는데 10년이 걸렸다. 4차 산업혁명도 지금 막 시작되는데, 결실을 보는 데는 5년 이상,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이것을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같은 조직이 전체를 끌고 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김성철= 잠시 다른 얘기를 하자면,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너무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ICT는 선진국이 주도하고, 미국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이다. 그동안 하드웨어, 네트워크 부분을 가지고 우리가 버텨왔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산업화의 연장선이다. 결국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들이 지금의 선진경제 모델에서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 주창한 게 4차 산업혁명 개념이다. 과거 우리가 산업화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했듯이 우리가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똑같이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규모는 작아도 뭔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면 한다. 정부는 이런 국정기조를 세울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 다. 컨트롤타워보다는 씽크탱크 개념이 돼야 한다. 다만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ICT 전담부처는 지원하는 사무국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른 부처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부처를 보완하는 개념이 됐으면 한다.

◇ 일자리 창출·미래 대응, 차기 정부조직 핵심과제

좌장= 차기 정부의 ICT 과제에 대해 말해달라.

김성철= 가장 먼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것은 정권 초기에 대통령이 강력하게 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것은 미래 먹거리다. 지금 20대 후반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미래 먹거리가 없다. 기성세대로서 부끄럽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우리에게는 대안이 ICT밖에 없다.

황동현= 결국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은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우리 산업의 큰 기업들이 많이 무너졌다. ICT 쪽에 소프트웨어와 제조기업들이 벤처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데 대부분 영세하다. 직원 100명만 있으면 IT업계에선 대기업이다. 그런데 여기서 2가지 불균형이 일어난다. 학생들은 비전을 보지만 급여가 낮아 들어가지 않고, 기업에서는 2400만~2500만원 주고 좋은 학생을 잡으려고 한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좀 도와줬으면 한다. 사실은 중소기업 벤처가 살아야 우리 산업도 산다.

권오상= 디지털에 대한 대비를 계속 해야 한다. 예컨대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능화, 인공지능 대비도 해야 한다. 사람이 중요해지는 거다. 동시에 규제 완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투명성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누구를 만나면 누굴 만났다고 항상 공개한다. 작은 변화지만 규제기관에서 누구를 만나든 공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안정상=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은 일종의 사회기반시설(SoC)라고 본다. 두 번째는 인재 육성이다. 세 번째는 중소기업의 변화에 대해 정부가 좀 나서야 한다. M&A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공무원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이 전문 공무원화돼야 한다. 동시에 공무원에도 실패했을 때 격려해주고 인정해주는 조직문화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ICT 전략을 세울 때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선택, 집중 육성해야 한다.

좌장= 다들 끝까지 적극적으로 말씀해줘 고맙다. ICT는 여야가 없다.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ICT에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정리=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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