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하원 합동 연설 '힘을 통한 평화' 외교기조 국내외 반응 "실망스럽다" 업계선 "미 금리인상 관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왼쪽)과 라이언 하원의장(오른쪽)의 박수를 받으며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상·하원 합동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섰지만 세계 경제 흐름에 큰 파동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국내외 경제·시장전문가들은 대체로 "알맹이가 없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역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과 관련한 해외 언론과 시장은 "대체로 새로운 사실이 없었고 특히 재정정책에 대한 설명이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여구는 새롭고 높은 차원으로 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말한 목표들은 화해나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익숙하면서도 분열을 초래하는 것들"이라고 꼬집었다. 이민제도 개혁부터 일자리 창출, 중산층 부활, 안전한 미국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국정 운영 방향을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거의 제시하지 않아 모호함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내 경제전문가들 역시 대체로 이번 연설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선언적인 내용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던 것 같고, 기존에 언급해온 내용을 재확인시켜주는 정도였다"며 "보호무역주의나 환율조작국 관련 특별한 언급도 없어 금융시장이 크게 놀라거나 반응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산층에 대대적인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한 점은 우리나라 수출주인 정보통신(IT)과 자동차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을 앞두고 타협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정책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세제 개편안 관련,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등 핵심 경제참모들의 세부 이행 방안이 나온 뒤에는 대규모 외국기업 투자유치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드자동차 등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점 △주식시장의 가치가 3조달러 가까이 오른 것 △연방공무원 신규채용을 동결한 점 등을 취임 후 성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신 고립주의' '힘을 통한 평화'로 집약된 자신의 외교·안보 기조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기존의 동맹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대선 기간 서방의 집단안보 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진부하다고 비판하면서 동맹체제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임을 시사한 것에 비해서는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다만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은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나토든 중동이든, 태평양 지역이든 우리의 파트너들이 전략적, 군사적 작전 양 측면에서 모두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역할을 맡기를 바란다. 아울러 모두 공정한 몫의 비용(방위비)을 내길 바란다"고 강조함으로써 나토뿐 아니라 향후 한국과 일본 등 아태지역 동맹들에 대해서도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것임을 내비쳤다. 한국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핵심 경제 정책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아 실망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미 연방준비제도의 3월 정책금리 인상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한 여러 연준 위원들이 잇따라 매파 발언을 하자 3월 정책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져 달러 가치는 101.58로 0.5% 올라갔다. 하지만 트럼프 연설 도중 달러 상승 폭은 줄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시장이 기대감을 이어갈 수 있는 이벤트는 됐지만 새로운 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며 "구체성이 떨어졌다는 부분이 한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