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서 암진단 물질만 걸러낸다

UNIST '나노 소포체' 채집
검출장치 '엑소디스크' 개발


국내 연구진이 소변이나 혈액에서 암 진단에 필요한 물질만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윤경 UNIST 생명과학부 교수(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팀은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를 분리하고 검출하는 장치인 '엑소디스크'(사진)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나노 소포체는 세포 활동 중 나오는 40∼1000㎚(나노미터·1억분의 1m) 크기의 생체물질이다. 이 물질은 우리 몸속 거의 모든 체액에 존재하며, 종양 진행이나 전이, 세포 신호전달 등에 관여해, 이를 분석하면 암 등 각종 질병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걸러내기 위해선 기존 세포 분리에 사용하는 원심분리법보다 5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초고속 원심분리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노 소포체는 밀도가 낮아 더 큰 원심력이 필요하고, 시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해 처리 시간이 오래 걸려 실제 임상현장에서 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엑소디스크는 원심력을 기반으로 미세유체 흐름을 조절하는 바이오칩의 한 종류인 '랩온어디스크' 기술을 적용했다. 이 장치는 원심력을 키우지 않아도 미세입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필터를 장착해 기존 초고속 원심분리법보다 300배 낮은 원심력으로도 나노 소포체를 분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엑소디스크로 방광암 환자의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를 분리한 결과, 정상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윤경 교수는 "엑소디스크를 이용하면 30분 안에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를 채집할 수 있다"며 "현재 채집한 나노 소포체를 분석해 암 등의 질병을 판단하는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에 게재됐다.

남도영기자 namd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