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더민주 문제 제기
추후 법안소위서 다시 논의"
노조 "통과땐 총파업 불사"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법안이 또다시 무산됐다. 19대 국회 때도 발목을 잡았던 '본사 소재지' 관련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시 한번 발목을 잡았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를 열고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했다.

이날 법안소위는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래소 기업공개(IPO) 차익을 공익기금으로 출연하는 방식과 거래소가 보유한 한국예탁결제원 지분(70.4%)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거래소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또 다시 제기하면서 법안심사 자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여야는 거래소 소재지를 부산이라는 특정지역으로 명기하지 않고 '해양파생특화금융중심지'로 변경했으나 이 역시 부산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거래소 지주사 전환 관련 개정안이 통과 직전까지 갔었지만 결국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자동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전날 이학영 의원이 예탁결제원 지분 완화 등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부대의견을 제시하면 그 부대의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었는데,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이견을 제시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더민주 의원간 의견 조율이 필요해 추후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재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국면으로 인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법안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다음 법안소위가 언제 열릴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은 현 정권의 중점 추진과제였다는 점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정무위와 금융당국은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시장본부를 자회사로 둬 각 본부간 경쟁을 통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거래소 IPO를 추진해 뉴욕, 영국, 독일 등 글로벌 거래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회는 여야모두 이 취지에 공감하고 있지만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거래소 노조 측은 지주회사 체제가 관치와 비효율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동기 한국거래소노조 위원장은 "임직원이 800명도 안 되는 거래소를 지주회사와 5개 자회사로 분할시키고 우물 안 경쟁을 시키면 경쟁력이 저절로 생겨난다는 발상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며 "만약 자본시장 개정안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다면 총파업을 불사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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