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에 즈음하여 "그동안 나는 정부의 정책, 제도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해, 설득시키려 하지 않았다. 내가 초점을 맞춘 것은 국민들의 뜻과 기대를 이해하고, 이를 정부에게 이해, 설득시키려고 노력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 메시지는 '바람직한 국가 거버넌스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국가 거버넌스란 정부의 정책을 만들고 실행함에 있어, 시장-정부-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수평적 동반자로서 서로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요즈음 국가 거버넌스의 개선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국회, 언론 등 여기저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부처 간 통폐합 논리는 조직의 새로운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었지만, 기계적인 통폐합에 그쳤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정부가 바뀌기 전후에 걸쳐 여러 원칙과 명분에 대한 논쟁을 벌리며 새로운 거버넌스 그림을 그려왔다. 그런데 이러한 그림을 열정적으로 그리던 사람들은 떠나고, 현장에 남아 있는 공무원 등 여러 당사자들은 조직 개편 전, 후에 걸친 2년을 적응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한다. 정작 새 정부는 초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부처 간의 구조를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사고방식, 역량, 각종 규제 등은 그대로인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조직 개편을 하면 먼저 그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게 될 것인지를 깊이 살펴야 한다. 그 안의 사람들 간의 관계, 성과로 인정받는 방식, 그리고 정신, 가치, 사명감 등의 '마음가짐'이 핵심요소다.
오늘 우리는 왜 조직 개편을 이야기 하는지, 그 근본 목적과 목표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정부 조직 개편은 사실 표를 얻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활용되곤 했다. 문제는 짧은 기간에 몇 사람에 의해 졸속 결정되곤 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만 손해 보게 했다. 선진국일수록 조직개편을 하지 않으며, 후진국일수록 개편을 많이 한다.
우리가 국가 거버넌스를 논의할 때 구조 개편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911 테러 후 만든 미국 국토안전부는 18개월에 걸친 논의를 거쳤고, 일본의 대장성 개편은 8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의 전략적 영역인 통상, 과학기술, 정보통신은 관련 부처를 매 정부마다 '쉽게' 바꿨다. 이제는 우리도 장기간 깊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며, 조직 개편하더라도 새 정부 출범 1년 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국가 거버넌스는 결국 사람들 간의 '관계' 문제이므로, 사람들이 원활하게 융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조직의 '융합' 목적은 '협업'을 통한 '생산성' 확대에 있다. 특성이 크게 다른 그룹들은 억지로 모으기 보다는, 프로젝트에 따라 관련 부서들이 순발력 있게 모여 함께 해결해나가는 데 에너지를 쓰도록 관리하고, 부처 간 협업을 더 인정해주는 인프라 구축이 더 생산적이다.
정부의 거버넌스는 역동적이고, 복잡하며, 다양한 사회를 어떻게 보다 더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의 조직개편은 국가 거버넌스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세우고 이에 따른 대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주변 나라들과의 관계 등 만만치 않다. 진실 되고 옳은 길에 서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