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평창동계올림픽은 내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일 년도 채 남지 않아 정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정농단, 탄핵 등의 혼란으로 크게 국민적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전 세계 90개국, 5만 여명이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은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고, 국가브랜드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오늘날의 올림픽은 주최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보여주고 ICT 기술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인류가 화합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저성장, 청년실업, 제4차 산업혁명의 도전 등 어려운 시기에 치러지는 평창올림픽이 그냥 한 번의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혁신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과학기술의 미래비전을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이 개최할 도쿄올림픽은 평창올림픽보다 2년 뒤의 일이지만 그들은 일찍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과 미래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도쿄올림픽을 과학기술혁신의 이정표로 삼고 전력을 다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다. 일본정부는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미래비전을 제시할 목적으로 내각부 산하에 '미래위원회'를 설치하고 과학기술혁신 도전과제를 선정했으며 문부과학성은 2020년을 대전환의 목표연도로 정하고 국민들에게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올림픽의 감동에 접한다, 내가 바뀐다 그리고 사회가 바뀐다'라는 콘셉트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제 832개를 추출했는데, 여기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과학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내각부 실무회의에서는 다국어 안내 로봇 투입 등 일본이 강점을 가진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총리가 의장인 종합과학기술혁신회의에서는 도쿄올림픽과 연계해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기술개발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시책들이 보고됐다. 2015년 10월 교토에서 열린 STS(과학기술사회) 포럼 개회식에 참가한 아베 신조 총리는 국내외 과학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인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20년 도쿄올림픽때는 거리에 무인자동차가 다니게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TF팀은 '모든 사람을 위한 혁신 2020' 프로젝트를 통해 다국어음성번역시스템, 차세대 도시교통시스템, 기상예측시스템 등 하이테크 기술을 중심으로 9대 과학기술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의 전방위적 노력을 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래부는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삼아 5G통신, UHD 방송, 사물인터넷 등 5대 중점 ICT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여 글로벌 ICT 패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은 부처 차원의 대응이나 강원도, 올핌픽조직위원회 차원의 어젠다가 아니라 과학기술전략회의나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점검하는 국가적인 과학기술 의제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그게 어렵다면 총리실과 강원도가 나서서 평창올림픽 과학기술혁신TF팀을 만들고 연구개발 관련 부처와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 관련 단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평창올림픽을 과학기술올림픽으로 만들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과학기술 관점에서 올림픽을 바라볼 때 각각의 주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차고도 넘친다. 올림픽과 연계해 기술을 개발하면 R&D가 되고, 스포츠를 테마로 과학을 가르치면 과학교육이 되며, 국민들에게 스포츠 과학원리와 지식을 확산하면 과학문화가 된다. 정치권에서도 대권 후보들이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실현가능한 평창올림픽 공약을 제시하면 좋겠다.
올림픽의 슬로건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다. 인류를 더 빠르고, 높고, 강하게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과학기술이었다. 현대 스포츠의 발전이 첨단과학 없이 가능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평창올림픽은 과학기술혁신의 디딤돌이 돼야만 한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VR/AR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기회는 아무 때나 주어지지 않는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