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우려 가운데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최초로 취한 조치는 미국 서민층을 포함한 전 미국민의 의료보험혜택제공을 목표로 했던 오바마케어 정책을 중단시키는 조치였다. 곧이어 중동 7개국 국민의 미국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내려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또한 미국이 서명했던 환태평양동반자(TPP)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고, NAFTA와 기타 미국이 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공언했다.
이에 더해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취해진 각종 금융규제정책들을 대폭 철폐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건설 확대정책과 기업 및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정책을 발표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축포를 터뜨리며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이런 다양한 포퓰리즘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투기적 금융시장에 의해 상당한 호재로 받아들여져 금융자산의 거품을 키우는 역할을 하겠지만, 미국경제의 장기적 건실성에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반적이다.
정책의 일관성도 합리성도 모두 결여되어 있는 트럼프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세계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조공외교라는 비판까지 받아가며 트럼프행정부와의 밀월관계 조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일본 아베수상은 미국 내에 향후 4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투자를 통해 총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노력들이 트럼프정부가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자동차시장개방 등의 통상압박을 높이는 등의 통상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689억 달러 수준의 제 2위 대미 무역흑자국인 일본을 향한 미국 트럼프정부의 통상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일본 아베정부의 조공외교를 계기로, 한국정부도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적극적으로 트럼프정부와 관계개선노력을 해야한다는 의견들이 우파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NAFTA 등 기존의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시도하고, 다양한 보호무역정책들을 도입하며, 미국기업들의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에 대해 우리의 통상이익을 지키기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레 겁을 먹고, 자동차 시장 등 대미시장개방조치를 미리 취한다든지, 혹은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을 자발적으로 늘리는 등의 트럼프 행정부에 비위를 맞추기 위한 조치들이 성급하게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우리의 통상이익 극대화에 역행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통상정책도출이 필요하다.
먼저 트럼프행정부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의 중장기적 트렌드에 주목해야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백인 블루컬러 노동자의 사회적 불만을 자극하면서, 이들의 맹목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선동주의적 정책들이 주효했다는 점이다. 즉 미국대기업들의 해외이전에 따른 미국 내 일자리감소와 해외에서의 저렴한 수입품 증가에 의해, 저부가가치부문의 백인 블루컬러 노동자들의 소득이 감소했기에, 미국대기업과 외국기업들에 대해 미국 내 투자를 강요하고, 정치적 지지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전시성 보호무역정책들은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산업의 비교우위구조를 무시한 맹목적인 미국내 투자 강제정책들이 오히려 미국산업의 경쟁력을 낮추고, 또한 선동주의적 보호무역정책은 이미 멕시코에서 시작된 무역보복정책을 확산시키며, 미국내 수입물가상승에 따른 경기부담과 미국수출시장의 축소에 따른 이중부담으로 보호무역정책의 완화 및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정부 취임 초기의 협박성 선동주의적 보호무역정책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일본과 같은 조공외교식의 시장개방정책을 펼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리통상정책의 전략적 운신의 폭을 줄이는 잘못된 접근이 될 것이다. 트럼프정부 초기의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은 트럼프정부의 출생배경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정치적 과시라는 점을 고려해, 선동적 보호무역정책에 과민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우리산업과 제품의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산업정책노력을 더욱 배가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정부가 공언한 보호무역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은, 트럼프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