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등급 플랫폼사 자체심의 분류
유해 콘텐츠 무분별한 노출 방치
간행물윤리위·방심위 책임 미뤄
민간 단체 전자출판물윤리위 출범
4대 유통 플랫폼 집중 모니터링

전자책 등급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골적 성적표현이 넘치는 성인물 전자책이 버젓이 청소년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행물윤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련 심의 기관들이 전자책은 서로 자신들의 심의 대상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사이 전자책이 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보다 못한 한국전자출판학회, 대한출판문화학회 등 출판 관련 민간단체 관계자 100인이 최근 사단법인 한국전자출판물윤리위원회를 출범, 스스로 유해 전자책 차단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단행본으로 출간될 때 '19세 미만 이용 불가'(이하 19금)로 등급을 받은 출판물이 온라인 전자책 서비스 사이트에서는 15세 이용가로 버젓이 제공되는 등 청소년들이 유해 전자책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자책의 청소년 유해 여부를 심의하는 간행물윤리위원회도, 인터넷상의 불법 유해정보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다.

실제 전자책 서비스 업체인 리디북스에서 19금으로 서비스 중인 '다정한 마피아로 사는 법'이란 소설은 카카오페이지에서는 15세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출판사가 오프라인 도서나 타 플랫폼에서 19금으로 판매한 작품을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할 때에는 문제되는 부분을 삭제한 후 카카오페이지의 자체 심의를 거친뒤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대로 삭제되지 않은 채 15세 이용가로 제공되는 전자책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다정한 마피아로 사는 법' 이외에 '완벽한 포식자', '후궁에 피는 꽃', '로얄 스캔들', '영원의 스폰서', '잭팟을 터트리다' 등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전자책이다.

카카오페이지, 네이버북스 등 온라인 플랫폼사들은 단행본 전자책을 여러 회차로 나눠 웹소설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용등급은 플랫폼사들이 내부 자체 심의를 통해 '알아서' 분류한다.

간행물윤리위는 이같은 웹소설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별도로 받지 않은 상태로 유통될 경우, 이를 전자책으로 보기 어렵고, 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심위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로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만 해당 콘텐츠에 대해 심의한다는 설명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청소년 유해 콘텐츠로 신고된 전자책이 없다"며 현실과 다른 설명을 했다. 특히 방심위 측은 "원래 콘텐츠가 간행물윤리위의 등급분류를 받은 것일 경우, 우리가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 기관이 전자책 심의에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한국전자출판학회, 대한출판문화학회, 한국저작권학회 등 민간단체 전문가 100인을 발기인으로 사단법인 한국전자출판물윤리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4대 전자책 유통 플랫폼(카카오페이지, 네이버북스, 리디북스, 원스토어)을 집중 모니터링해 청소년 유해 콘텐츠와 저작권법, 도서정가제 위반 콘텐츠를 적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런 콘텐츠를 저작권위원회,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에 신고해 신속한 사후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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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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